‘마누라와 골프’라 하지 않고 ‘골프와 마누라’라고 한 것은 마누라가 있기 전부터 골프는 이미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지, 골프에 대한 애정이 마누라보다 결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김 작가는 자칫 하나 밖에 없는 친마누라를 잃을 번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 썼던 칼럼집 ‘마누라보다 더 좋은 골프’를 냈을 때이다.

 ‘지상에 사는 천사’인 내 마누라도 그 책의 제목에는 천사답지 않게 입을 댓 발이나 내밀면서 말했다. “골프랑 결혼하지 왜 나는 만나서...골프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이 많수!”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 ‘골프가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밤에 특별한 일도 해준다면 결혼을 했지이잉...!’

김 작가 구력과 결혼연차가 25년으로 서로 비슷하다. 마누라 맞으면서 동시에 골프에도 입문했었다. 두 가지는 서로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마누라는 딸, 아들 정확히 구분해서 하나씩 세상에 왔다가는 흔적을 주었는가 하면, 골프는 몸과 마음 찌뿌듯할라치면 어느 때고 새 활력 주니 이 또한 마력(魔力)이 있다. 

첫 아이 때 입덧도 심했고 다소 난산이어서 둘째 파편 튀길 때는 분만실 서 낑낑대는 마누라 머리맡에 새로 장만한(출산기념 선물) 아이언세트를 두었다. 타이거우즈가 뗏장 팍팍 떼듯, 풀 속을 쑥 잘 미끄러져 나오라는 뜻. 나이든 산부인과 여선생님, 보다보다 희한한 남편을 다 본다는 식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이 기억난다.    

새삼 생각이 드는 것이지만 골프를 하다가는 ‘요거 참 마누라 같다!’라고 여겨지고, 마누라 보면서는 ‘어쩜 이리 골프 같을까?’하는 신기함이 든다.
둘의 공통점을 한 번 보자. 한번 결정하면 바꾸기가 힘들다. 너무 예민하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 힘들 때는 결별하고 싶기도 했다. 웃다, 찡그렸다 늘 변화무쌍하다. 처음 3년 동안은 힘으로, 이후부터는 테크닉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시간이 갈수록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요한다.

홀 근처만 가면 겁난다. 잔소리를 들을수록 더욱 안 된다. 제대로 가꾸려면 밑천이 꽤 많이 든다. (필드 행과 옷차림, 화장 등 외모) 물을 싫어한다. (설거지 & 해저드) 힘이 들어가면 반드시 후회한다. 돈을 많이 가져다 바치면 확실히 편해진다.

조강지처(손에 익은 골프채)가 그래도 편하다. 대들어봐야 백전백패, 적응하고 타협해야 결과가 좋다. 조금만 소홀해지면 금방 티가 난다. 정말로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다.즐거움과 적당한 스트레스를 함께 주는 영원한 동반자이다. 매번 조심하지 않으면 나를 애 먹인다. 유지관리에 항상 돈이 든다.

적당히 달래야지 때리면 멀리 떠나버리기도(OB) 한다. 남의 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처벌받는다. 상처를 주면 반드시 치료해 줘야 한다.(디보트 자국)

양쪽 다 돈, 정력, 정성 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한다. 노년에도 함께 있다면 모두들 부러워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같이해도 모르는 구석이 속속 나온다.
결정적 공통점! 바꾸려 해봐야 헛수고, 있는 그대로 적응해야 결과가 좋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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