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월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획기적인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400여 건의 법령을 오는 2011년까지 포지티브제(원칙적 금지)에서 네거티브제(원칙적 허용)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먼저 (先)규제하고 나중에 완화할 대상을 고르는 것에서 앞으로는 먼저 허용하고 나중에 규제할 대상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허가 기간과 절차를 줄이고 하나의 사업에 여러 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복합 인허가’ 사안은 일괄협의체를 구성해 빨리 진행하도록 했다. 학교시설 건축 승인의 경우 20일이 지나면 자동 승인된 것으로 간주될 정도로 절차도 빨라진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 말고 시행령부터 고치겠다는 것이다.

한 쪽선 ‘완화’ 다른 쪽선 규제 ‘생산’

사회가 국제화되고 자율화되면서 정부 규제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건설업의 경우를 보면 과연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지 업체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이는 무엇보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개혁한다고 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공무원들이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통계를 보면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주요 부처별 규제 가운데 건설 관련 규제는 전체의 22.5%다. 두 번째로 규제가 많은 금융위원회 관련 규제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건설 관련 규제는 건수가 많을 뿐 아니라 줄기는커녕 오히려 느는 것이 문제다.

금융위 관련 규제가 2008년 759건에서 지난해 707건으로 줄어든 반면 국토부 규제는 이 기간 동안 924건에서 1634건으로 76.8%나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봇대 뽑기’식으로 상징화된 규제 완화 정책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또 건설시장 진입 규제·가격 장벽 규제 등은 여전하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평가다. 논란을 빚은 분양가상한제 등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더욱이 어느 날 갑자기 제도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실버주택의 취득 요건이다.

종전 계약자 요건이 60세 미만이어도 60세 이상인 자와 함께 공동 명의로 취득이 가능했으나 2008년 8월 ‘노인복지 법령’이 개정되면서 60세 이하는 어떤 형태로든 계약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분양을 했다가 나중에 자격이 취소된 계약자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법령 개정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과연 굳이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토부는 엔지니어링 부문에 박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3년 이상 업무 수행자를 채용해야 하는 등의 학·경력기술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들에게는 난데없는 벼락같은 일이다. 업체들이 어디서 이런 경력자를 갑자기 구하겠는가.

장관이나 지자체장 현장 나가보라

사정이 이러니 건설업계나 국민들이 정부가 말로만 떠드는 규제 완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정부 말에 코웃음 치는 것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외국 글로벌 건설사들보다 뒤진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불필요한 정부의 규제가 많은 탓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지적을 흘려들을 수 없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창구는 한 술 더 뜬다. 공무원들이 ‘검토한다’며 인허가를 천천히 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장관이나 기관장들은 공무원들이 규제를 최소화하도록 꾸준히 챙기라. 그리고 현장에 자주 나가보라. 그래야 규제 체감 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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