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덕에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발전 모델로 설정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자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투자와 지원을 원한다. 선진국들은 경제 외에 민주주의 정착 등 정치사회의 발전에도 높은 평가를 내린다.

이제 관심은 한국이 앞으로 나갈 길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 그룹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최근 미국의 타임과 월스트리트저널이 비슷한 시기에 게재한 한국 특집기사는 우리의 흥미를 끈다.

중첩되는 성공요인과 실패요인

타임은 한국에 경의를 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타임은 30년 전 말레이시아나 멕시코보다 빈곤했던 한국의 1인당 GDP는 이들 국가의 2배 이상 증가했고, 삼성과 LG의 전자제품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낸 ‘아시아의 기적’이라고 규정했다.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지속적인 혁신, 다양성을 수용하는 변화를 기적의 원천으로 꼽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한국의 성장방식은 이제 수명을 다했고 더불어 한국의 기적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세계적 권위의 신문이 무려 16페이지에 한국을 분석한 결과 내놓은 말이고 보니, 미심쩍어 하면서도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의 기적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본 주요한 이유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사회적 다양성의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한편에서 성공요인으로 꼽은 것이 다른 편에서는 실패요인이 될 것이라고 하니 혼란스럽다.

선진국 도약위한 업그레이드 필요

얼핏 보면 두 언론의 분석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맥락임이 드러난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혁신능력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적 변화는 현재의 한국 즉 개발도상국 중 최고의 지위에 오르는데 필요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속적인 경제사회 발전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더 강화하고 사회적 개방성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룸살롱 문화를 언급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은 부적절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술자리 문화로 인해 여성들의 참여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또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을 지적한 내용도 한국 사회의 낮은 개방성 수준과 부합하는 말이라고 본다. 관료적, 남성 중심, 자국민 중심의 의식과 사회구조를 변혁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 우리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화부터 낼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모델로 삼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모델도 정립해야 한다. 한국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게는 더 이상의 모델역할을 해줄 나라가 없다. 개도국들의 칭찬에 우쭐하지 말고 우리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발전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