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가하면 로맨스이고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했다. 자기중심적사고의 결과이고,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함을 갖고 있는 인간의 속성 탓이다.

일례로 다른 집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몰래 고액 과외공부 시키니 그렇다 하고, 자기 아이보다 공부 못하는 녀석은 게으르거나 머리가 아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이 김 작가도 그랬고, 여러분도 이런 생각해 보신 적 많을 거다. 골프장에 들어서는데, 나보다 훨씬 덩치 큰 차나 혹은 고급외제차가 쌩하니 달려 나오면서 들어가는 내 차에게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욕을 던진다.

“저 자는 분명 부하직원들 월급을 적게 주거나, 세금을 떼먹었거나 나쁜 짓해서 돈 많이 번 놈일 것! 우리는 밝은 대낮에 떳떳이 들어가는데 저 자는 누가 볼까봐 새벽같이 얼굴 감추고 왔을 거야.” 

 이렇게 위안을 해본 뒤에 그 상대에게 더 큰 흠을 낸다. “물론 옆에 앉힌 여자는 불륜관계겠지!” 사실 죄 없는 그 사람에게 이 무슨 오만방자한 추측인가!

나보다 공 잘 치는 사람 보고서 제대로 칭찬이나 해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시라. 나는 시간도 없고 그린피 형편도 충분치 않아서 필드에 자주 못 온 것이고, 저 자는 가진 게 시간과 돈이어서, 밥 먹고 나면 필드에 나와서 살았을 거라 한다. 나보다 공을 잘못 치는 사람은 게으르고, 운동신경 둔하고, 정신자세 마저도 틀려먹은 자이고.

나보다 비거리 긴 자는 채가 좋고 체격이 커서 무식한 힘만 있을 뿐이고, 나보다 비거리 짧은 자는 공을 힘으로만 치려는 바보이고. 

내 마누라보다 예쁜 여자랑 공치는 자는 마누라 아닌 애인 데리고 나온 X.
내 마누라보다 덜 예쁜 여자랑 공치는 자는 마누라나 돈 많은 여자에게 끌려 나온 X.

주중에 골프장 나와서 공치는 자들은 거래선 방문이나 출장 간다고 거짓말 하고 나온 X. 내가 주중에 골프장에 가면 능력이 있어 주 4일만 일하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 주중에 시간 못 내고 그린피 비싸고 붐비는 주말에만 나오는 넘은 실상 능력이 안 되는 X.

제돈 내고 골프하는 자는 능력 없는 바보 같은 X이고, 접대골프 받아가며 내기에서 돈 챙겨가는 나는 능력도 많고 좋은 위치에 있는 괜찮은 인간.

다른 사람이 어프로치 잘하여 기가 막히게 딱딱 붙이면, 젊은 자가 벌써 노인네 골프나 하고 있고, 내가 어프로치 잘하는 건 골프의 참맛은 숏게임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아무리 길어도 쓰리퍼트는 하지 않고 웬만한 중거리퍼트는 꼭꼭 집어넣는 사람에게는 ‘구멍에 잘 집어넣는 것이 행실에 의심이 간다’고 하고, 자기가 퍼트를 잘하는 것은 세심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것이라 한다.    

옷 잘 입은 사람보고는 실력이 안 되니 값나가는 것으로 외양이나 치장하는 자이라 하고, 내가 옷을 잘 입는 것은 패션 감각이 뛰어날뿐더러, 복장을 갖추는 예의를 아는 것이고.

남이 캐디에게 설령 가벼운 농담을 해도 성희롱을 일삼는 치한이고, 나는 캐디에게 심한 Y담을 하지만 서먹서먹함과 긴장감 풀려는 분위기 메이킹 일환일 뿐.     

누군가가 공을 건들이면 골프를 처음부터 배워야할 무식한 자, 내가 공을 살짝 터치하는 것은 공에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장애물이 있거나, 수리지이거나 하여 로칼룰을 적용받는 것.

나는 골프채 들고 풀밭에 설만한 문화인, 저 자는 X작대기 들고 채소밭에서 거름이나 줘야할 X!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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