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경기도 최남단의 안성시는 예부터 유기와 가죽꽃신이 유명했다. 그래서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 이 고장에 또 하나의 안성맞춤이 명물로 등장했다. 마을입구의 이국적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인상적인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의 풍산개 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발전의 원동력
이기운 위원장 8백여마리 자식키우듯
강아지  분양, 농촌체험 등 상시 운영
테마공원서 개최한 3회 축제 큰 인기

◇이기운 풍산개마을운영위원장이 풍산개 강아지를 안고 지난날을 얘기하고 있다.풍산개마을운영위원회(위원장 이기운ㆍ55)는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안성시, 동아방송예술대의 후원으로 풍산개 테마공원에서 제3회 풍산개축제를 열었다. 이날 대한독(dog)스포츠연맹과 대한썰매개연합의 진행으로 웨이트 풀 대회, 케니크로스 달리기 대회도 열렸다. 웨이트 풀은 개가 썰매에 짐을 싣고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거리를 달리는 경기. 케니크로스 달리기는 개와 주인이 함께 달리는 종목이다. 풍산개 썰매 타기, 풍순이ㆍ풍돌이(인형캐릭터)와 사진 찍기, 순두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떡메치기), 복조리 만들기, 짚 공예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강아지 분양, 농특산물판매 등은 상시 운영된다.

풍산개 마을은 덕산리 이장인 이씨의 17년에 걸친 풍산개 사랑과 애향심이 바탕이 되어 조성됐다. 이씨는 1993년 북한에서 풍산개를 들여온 동네사람의 권유로 강아지 5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순종적이고 온순하면서도 용맹스럽고 생명력이 강인한 풍산개의 매력에 푹 빠져 사육하던 다른 명견들은 모두 처분했다. 철저한 계통번식과 사육관리에 힘을 쏟자 5~6년 만에 200마리가 넘었다. 현재는 800여 마리를 키우는 풍산개 전문농장이 됐다. 2004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덕산리를 풍산개 마을로 선정했다. 2009년에는 이곳에 안성시가 풍산개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테마공원은 7만6589㎡의 부지에 도농교류센터, 풍산개 체험장, 개썰매장, 산책로, 축구장 등을 갖췄다.

마을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배과수원, 한우목장, 젖소농장, 약초농장, 느타리버섯농장, 쌀 오리농법 견학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돗개, 삽살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토종견인 풍산개는 북한의 량강도 김형권군(옛 함경남도 풍산군)이 원산지로 시베리아 호랑이 같은 맹수를 잡는 사냥개로 널리 알려진 품종으로 몸집은 진돗개보다 조금 크다. 하얀 털이 인상적이며 순한 인상을 풍기면서도 눈빛은 늑대처럼 매섭다. 사람과의 친화력이 뛰어나고 영리한 풍산개는 추위와 질병에 강하고 뒷다리가 발달되어 천부적인 사냥 본능을 지녔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368호이며 1999년 남북한 야생동물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평양중앙동물원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4마리를 기증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암수 한 쌍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씨는 하루 종일 사료 챙겨 먹이고 거의 매일 태어나는 새끼들 거두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했다. 풍산개 농장은 입양해간 강아지가 성견이 되어 아파트 등에서 지내기 힘들어지면 대신 키워준다. 발육상태 기록과 사진을 주인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고 주말에는 농장에서 개와 함께 지내게 해준다. 봄철에는 텃밭도 분양, 농작물을 재배하는 주말농장도 운영한다. 덕산리는 남한강의 상류가 시작되는 곳으로 계곡의 물이 1급수인 청정지역이다. 주변에는 고려시대 유적인 죽주산성 등 볼거리도 많다. 이씨는 “남북통일이 되어 풍산개의 고향에 개들을 데리고 다녀오는 것이 소원”이라며 “테마공원을 중심으로 풍산개 마을이 국내 최고의 애완견 종합타운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열정과 집념이 한적하기만 했던 시골마을에 이처럼 생기를 불어넣어 약동하게 만든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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