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의 사단법인 헤이리예술마을(이사장 전희천ㆍ65)은 연간 100만 명의 내방객이 찾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여 년 만에 문화예술인들의 주거공간 차원을 넘어 그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생산한 콘텐츠를 전시ㆍ공연ㆍ판매하는 통합개념의 실험적 공동체 마을로 성장한 것이다.

탄광촌이 거대한 책 마을로 변한 영국의 ‘헤이 온 와이’ 같은 공동체는 많으나 헤이리처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조성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의  ‘헤이리’
15만여평에 세운 문화예술공동체
생태마을지향 3층이상 건축 규제
주민들의 창작물 전시ㆍ공연ㆍ판매

헤이리는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이 1998년 탄현면 법흥리 허허벌판에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박스에서 창립총회를 열면서 꿈을 키워나갔다. 이들은 49만5800여㎡(15만여 평)의 땅을 공동구매, 2002년 6월부터 건축을 시작했다. 조성과정에서부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함께 호흡하는 생태마을을 지향했다.

◇헤이리마을의 생태철학을 잘 말해주는 금산갤러리 앞을 내방객들을 태운 전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건축설계지침에 따라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산과 구릉, 늪, 개천을 원형 그대로 보존했으며 건물에는 페인트칠 등 인공적인 외장재를 금지했다. 휴먼스케일에 맞춰 지상 3층 이상은 못 짓게 하고 단지 내에 울타리도 없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원, 광장 등 공유면적을 45%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회원의 건물 3분의 1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확보토록 했으며 도로에는 아스팔트도 깔지 않았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비스듬히 세워졌거나 사각형이 아닌 비정형 건물도 많다. 가장 규모가 작은 북 카페 ‘반디’는 두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공존하기 위해 반달형 2층으로 세워졌다.

100년 된 굴참나무를 에워싸고 지은 ‘금산갤러리’는 헤이리의 생태철학을 잘 보여주는 상생구도이다.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쪽 이곳저곳에 크고 작은 창을 낸 것이다. 단지 내에서 유일하게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 ‘구삼재’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던 80년 된 한옥을 그대로 옮겨왔다.

건축은 320동까지 가능한데 현재까지 완공된 159동에 380여 명의 회원과 1백여 명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회원은 미술인, 건축가, 음악가, 문인, 학술인, 영화인, 출판인, 언론방송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조각가 최말린, 사진작가 배병우, 소설가 윤후명, 출판인 김언호, 영화감독 김기덕ㆍ박찬욱ㆍ강우석, 성악가 신영자, 가수 윤도현, 영화배우 김미숙씨 등 유명인사도 많다.

헤이리라는 마을이름은 파주지역의 전통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 경기도가 지정한 최초의 문화지구인 헤이리예술마을은 단지가 워낙 넓어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전문가이드가 운전하면서 설명해주는 전기차 투어를 하면 알차게 볼 수 있다.

박물관, 미술관, 소극장, 갤러리, 전시장, 음악홀, 연극관, 작가 작업실, 서점, 레스토랑 등이 산재해 있다.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8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도자기, 조각, 한글서예, 자연요리교실 등의 전문교양강좌도 수시로 열린다.

아트 숍과 카페 등에는 반환경적 요소를 지닌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입점을 금지시켰다. 1만여 장의 LP레코드판을 소장하고 있는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디스크자키를 보는 고전음악감상실로 연주회도 연다.

헤이리는 외형적으로 급성장, 유명세를 타면서 내방객이 급증하는 바람에 한때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회원들이 이를 발전적으로 잘 극복했다. 전희천 이사장은 “헤이리아트밸리의 특성을 살리고 기업과 연계한 문화마케팅을 활성화, 문화예술인들이 꿈꾸는 아름답고 내실있는 마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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