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
연극촌이어 도요마을서 공동체 생활  
풍자극 ‘이중생 각하’ 앙코르 공연중
봄에는 광화문광장서 전통연희 굿판


창단 25주년을 맞은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59)을 만나기 위해 최근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로 향했다. 낙동강 줄기가 무척산을 휘돌아 품고 있는 도요마을. 도자기를 굽는 강 마을을 연상했으나 빗나갔다.

예부터 도요새가 많이 서식하고, 오던 비도 산이 높아 되돌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낙동강 취수장이 곁에 있어 돼지도 키우지 못하는 청정지역이다. 이곳에 2009년 조성된 연희단거리패의 종합예술공간 ‘도요창작스튜디오’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감독은 20년만의 앙코르 공연인 풍자극 ‘이중생 각하’(오영진 작, 이윤택 연출)의 연기지도를 하고 있었다. 연극은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도요창작스튜디오는 연습실은 물론 도요출판사와 1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한 도요나루도서관, 배우의 집 등을 갖췄다. 600평 규모의 스튜디오 주위로 10년 이상 고락을 같이 한 단원들이 손수 지은 주택이 여러 채 보였다.

이 감독은 연극계에서 ‘문화게릴라’로 불린다. 연극ㆍ뮤지컬 연출가, 시인, 극작가, 방송ㆍ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국립극단 예술감독, 동국대 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부산 영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윤택 감독(왼쪽 두번째)이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대표작이 많지만 1989년 초연한 ‘오구-죽음의 형식’과 1996년에 초연한 ‘어머니’ ‘햄릿’등은 지금까지 롱런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구…’ 와 ‘어머니’는 이 감독이 노모가 경상도 사투리로 잔소리할 때마다 녹취해둔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그는 부산 경남고와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뒤 신문사 기자로 7년간 일하다가 1986년 부산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극단은 부산 광복동(가마골소극장)과 서울 대학로(게릴라극장)에 전용극장을 두고 있다. 1988년 서울로 진출해서 ‘오구’ ‘바보각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어머니’등을 잇달아 무대에 올려 실험연극의 기수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이때부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한국평론가협회 최우수 예술가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대상, 대산문학상, 백상예술대상, 한국뮤지컬대상 등을 휩쓸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중견 연극인이 됐다.

1999년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낙동강 끝자락에 방치된 폐교를 손질해 창작스튜디오를 세우고 밀양연극촌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주말마다 공연했지만 밀양시나 행정당국의 지원은 일체 받지 않았다.

대신 단원들이 발품을 팔아 운영비를 충당했다. 밀레니엄 부산축제, 산청의 선비축제 등을 기획하고 연출부터 조명까지 도맡았다. 한국뮤지컬대상을 수상한 ‘화성에서 꿈꾸다’와 최근 3년간 전국을 순회 공연한 ‘이순신’도 제작했다.

2009년에는 연극촌에 국내 최초로 15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 성벽극장을 세워 밀양을 명실상부한 연극의 메카로 바꿔놓았다. 2001년부터 해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7회의 공연에 3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5월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 기간 중 ‘일식-광화문에서’를 공연한다. ‘일식’은 우리의 신화와 전통연희 양식을 연극화한 것으로 광화문광장에서 볼 수 있다.

이 감독은 “영욕으로 얼룩진 근대사를 돌아보고 민족의 융성을 기원하는 신명나는 굿 한 판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출연진은 공연을 위해 전통 무예인 선무도, 검무, 정가 등을 6개월 이상 연습했다. 단원들이 정성껏 차려준 점심을 ‘꼭두쇠’이윤택 감독과 맛있게 들고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도요마을을 떠났다.  /설희관〈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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