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참 많고, 모두가 중요하다. 생명을 잇게 해주는 숨쉬기, 식도락 황홀경에 빠지게 해주는 먹기, 애정표현의 극치 키스, 사상을 표현하는 말하기… 의 주 임무 말고도 노끈 끊기, 추위 녹이기, 통증완화(호~ 하는), 재채기나 딸꾹질하기, 하품하기(지루하다는), 혀 내밀어 남 놀리기(메롱~), 우표 붙이기, 굳게 다물어 분노 나타내기, 임시로 물건 잡고 있기… 등 여러 가지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기능 좋다고 입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들어보자면 ‘속으로만 생각할 일’을 입을 열어 소리를 만드는 바람에 큰 설화를 입지 않나, 입을 대서는 안 될 것을 먹어 살이 찌기는커녕 집 아닌 곳에서 생활해야 되거나, 마늘 먹은 뒤에 다물고 있어야 할 입을 열어 잘 진행되던 연애가 바로 깨지는 비극이 생기는 일 등도 종종 있다.

그런가 하면 골프를 입으로 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이게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좋을 땐 좋은데, 큰 문제가 되는 수도 있다.

‘입방정’이라는 듣기 좋은 우리말 놔두고 ‘구찌 겐세이’라고 하는 이것. ‘구찌’는 명품이지만 골프에서 구찌는 결코 명품이 아니다. 뭐, 골프 치면서 이런 재미가 없다면 참기름 빠진 비빔밥맛과 같다고 장려하는 팀들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정도가 심하여 언쟁이 오가고, 심지어는 나중에 클럽으로 볼을 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치는 일까지 간다. 

워터 해저드 앞에서 “오늘 날씨가 덥네! 목욕탕에 들러야하지 않을까?”
티샷을 치려는 친구에게, 산 쪽을 보며 “저쪽에 애인 묘가 있을 텐데, 성묘나 하러 가지.” 하면서 오비 유도. 
도그레그 홀에서, 알아서 치려는데 “똑바로 멀리 보내시면 오비랍니다!”
경사가 있는 홀에서 “요 홀만 오면 꼭 슬라이스가 나더라.”

퍼팅 라인에서 경사나 마운틴 블레이크를 이리저리 잴 때, 장갑 찍찍이 소리를 내는 것도 모자라 “요즘 나온 신형 퍼터는 거리가 많이 나더라구!”
“캬아~ 프로들도 젤 부담 갖는 거리가 남았군.”

앞 홀에서 드라이버 거리가 많이 난 동반자에게 “짱짱 러이! 요즘 어디서 비밀 교습 받는 모양인데, 다시 한 번만 보여줘!” 다음 홀에서는 힘이 잔뜩 들어가 뒤땅이나 토핑을 나게 만든다.

“250야드 지점에 크로스 벙커가 있어. 넘기든가 짧게 쳐야 할 걸?!” 이런 주문 야지(やじ)에 공은 어김없이 벙커를 찾아간다.

심지어 티샷을 하려는데, 상대를 아주 자극하려고 이런 딴지를 걸기도 한다. “아무래도 배꼽이 나온 것 같은데... 벌타 먹을 것 같아서 치기 전에 이야기해 준거야!”
그러나 어드레스 풀고 보면 실제로는 나오지 않았다. 화를 내면 더욱 열 내게 만든다. “미안해. 이쪽에 와봐! 꼭 배꼽이 나온 것처럼 보인다니까! 친구니깐 이야기 해 준거야.” 아, 맥 빠질 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엄청 많지만 퍼팅 때 하는 악질(?) 입방정 두 개만 더. 젖은 수건으로 공을 계속 닦을 때 “공이 물에 불으면 커져서 잘 안 들어 간다구. 대충 쳐.” 뜸을 좀 들이면 “깃대 뺀 지 한참 돼서 홀컵 다 오므라들겠다!”

어느 스포츠가 안 그럴까만 골프는 워낙 멘탈이 중시되는 것이어서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하다.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확 무너지게 하거나 실수를 유발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연예인 골프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들은 하는 일만큼 골프도 희한하게 하더라. 앞서의 이 ‘구찌 겐세이’를 무한정 할 수 있는데, 상대가 화를 내면 벌금을 받는 벌칙을 만들어뒀을 경우이다. 그때 이 김 작가는 준엄한 경고를 했었다. “이런 룰, 꼭 당신들끼리 할 때만 적용해!”

한참 뭔가에 몰입해 있을 때는 좋은 말을 해줘도 방해가 되는 법이거늘, 야유를 하는 말, 위험하고 또 위험하나니 삼갈 사!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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