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藏頭露尾)가 작년 2010년 한 해를 잘 설명했던 사자성어로 뽑혔던 거 잘 아실 것. 머리 나쁜 닭이 머리만 섶에 박고는 다 숨긴 줄 아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골프에서도 장두노미 행태가 간혹 보인다.

마누라 아프다고 일찍 퇴근한 진짜 사정을 사장이 몰랐다고 생각하시나? 당신이 어느 골프장서 누구랑 몇 시에 티오프를 했는지… 아니 몇 타까지 다 알고 있다.

‘어깨가 아파서 몇 달 동안이나 연습을 못했더니…’ 이러면서 핸디캡 달라는 엄살도 노련한 상대에게는 다 걸린다. 오른쪽 손등만 까맣게 탄 걸 보고 있고, 지난번 전화 때 연습장서 들리는 ‘딱딱!!’하는 타구음을 들었기에.     

그러나 머리도 숨기고 꼬리도 감추고… 장두장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 작가의 20여년 노하우를 공개할 터이니, 그대로 따르셔서 회사서 잘리거나 사장님을 목욕탕서 만나거나 몰래 연습한 것이 친구에게 들통 나지 않도록 하시라. 다만, 피 나는 시련과 고통은 필수. 

첫째, 잠을 줄이면 된다. 새벽 4, 5시에 일어나 옷가지 주섬주섬 챙기고, 무조건 직장 근처 연습장으로 달려가 90분 연습, 샤워하고 일찍 출근하면, 차 안 막히고 연습 많이 하고, 회사서 ‘부지런해졌네!’ 이 소리 들어 좋고.

둘째, 티를 내지 마라. 컴퓨터 화면에 골프사이트 열어놓고 자리 비운다거나, 화장실에서 변기 뚫는 거 들고 스윙폼 잡는다든가, 골프관련 악세사리를 책상위에 둔다던가, 높은 사람들 대화하는 데서 ‘이사님, 슬라이스 잡는 법은요’ 라고 쓸데없는 끼어들면 안 된다. 근질거리지만 입 꾹 다물 것!

셋째, 평소에 골프를 저주하는 언사를 자주 한다. ‘땅도 좁은 나라서 무슨 놈의 골프야?!’, ‘우리 처지에 고따위 사치운동을 하는 건…’ 운운하는 사람이 기회만 되면 땡땡이 치고 퍼블릭으로 날아가도 거래처 간 것으로 알 걸?!

넷째,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골프를 하면 돈에서 차질이 생긴다. 수입은 일정한데 갑자기 늘어나는 지출이 있다면 어김없이 의심을 받는다. 점심은 배가 아파서 그런다고 건너뛰거나 파장 전의 구내식당을 몰래 이용한다. 눈물 나겠지만 다른 취미도 과감히 포기한다. 애인도 끊고!

다섯째, 차 안에 모든 준비를 늘 하고 다니도록.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갑자기 출장 갈 일이 있을 때, 5분대기조로 출동 가능한 장비가 차 안에 있다면, 다음날 새벽에 9홀 끝내고 거래처 가서 일보고 다시 사무실로 잽싸게 올 수 있다.

또한 해외출장 때는 더더욱 골프준비를 해야 한다. 당신만 좀 부지런 하다면 그 어느 누가 외국서 골프를 덤으로 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유럽 말고 태국, 필리핀, 중국이 좋을 걸?!

여섯째, 더욱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 역시 일을 잘해야 ‘골프를 하네!’, ‘골프만 한다’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골프 잘하는 사람이 부지런하고 총명해서 일도 잘하게 되어 있다.
뭐, 아주 간혹 골프하다가 바람이 나서 가정파탄이 나거나 도박성내기로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전 골퍼의 0.001%도 되지 않는다. 땡땡이 치고 평일에 골프를 쳤다면 오히려 사무실에 들어와서 더 죽어라고 일 보충하고 밤에는 마누라에게 낮에 휘둘렀던, 드라이버 그 오잘공 스윙 힘 다시 발휘해 특별이벤트를 해줄 사.

낭중지추(囊中之錐), 호주머니에 송곳 숨기지 못하듯 사랑, 가난, 기침은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그 항목에 ‘골프’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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