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 이 추운 겨울... 한파가 극도로 기승을 부린 국가적 재앙 속에 혼자서만 호사를 누렸겠다. 태국서 1주 동안 그저 신나게 골프를 쳤던 것. 여러분도 맘껏 지탄하시라. 이런 비애국자, 불효부(불효자가 부모 잘 섬기지 못한 사람, ‘불효부’는 아내를 박대한 남편)가 따로 없도다!!

에… 석고대죄는 이 정도로 하고, 태국골프기행기 하나 이야기 하자면.
여러분도 더운 나라 태국을 가시거든, 가급적 지명에 ‘부리’가 붙은 곳을 찾으시라 권한다. 부리는 ‘새 주둥이’를 뜻하는 게 아니고 ‘언덕이나 산’쯤 되는 태국 말. 부리는 고원지대로 습하거나 덥지 않고 공기도 쾌적한 지역이다. 방콕서 자동차로 두어 시간 떨어진 ‘칸차나부리’라는 곳에 있는 ‘에버그린CC’가 김 작가가 일주를 머물렀던 곳.

저녁 무렵에 도착했는데, 김 작가를 잘 아는 골프장 쥔 한국인 사장이 소주를 잔뜩 곁들인 저녁식사를 대접해줘 상당히 취했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담날 새벽 라운드를 앞두고 퍼 마시는 과음은 ‘점수포기’나 항복에 다름없다.

그런데 이렇게 신기한 일이! 겨우 2,3시간 잔 것 같은데, 피톤치드 빵빵 풍기는 곳에서의 수면인지 전혀 피곤치가 않았고, 공이 이토록 잘 맞을 수가 없었다. 블루티에서 때렸고 첫 라운드 코스이건만 국내서와는 완전히 달리 8홀이 내리 파가 잡히지 않은가. 함께한 동반자들이 “과연~!” 하며 처음부터 날 ‘프로급실력자’로 보고 있었고, 그 짐작이 주효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런데 골프에는 누구도 거슬리지 못하는 신 위의 신 ‘핸디캡귀신’이 있다. 전반 9홀을 끝나기도 전에 어디 있다가 늦게 나타났는지 이 ‘핸디신’이 허겁지겁 오더니 팔다리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건 애초 당신 실력이 아니잖아?! 첫홀에 따블 출발이 적잖았는데, 이건 아니잖아! 더구나 늦도록 술에 취해 해롱대롱 하다가 잤다는 건 담날 만날 골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때부터 공은 엄청 짧든가 길든가, 원하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짧은 퍼팅도 2,3회로 나눠서 하게 만들지 않는가. 겨우 보기플레이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김 작가 ‘2011태국칸차나부리 여명작전’을 대승으로 이끌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기에 아주 흡족해 하고 있다. 거기서 그동안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실로 의외의 사람에게서 들었다. 사람이 약점이나 단점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은 이대로 살아도 된다는 오만심이거나 의지박약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뭔지 모르는 문제’를 안고 있어서이다. 누군가가 강하게 확신을 갖도록 지적을 해주면 비로소 성찰을 하게 되거늘.

40살이 넘었다는 ‘넝’은 13년 차 아줌마캐디인데, 노련하고 원숙함이 그지없었다. 노련함이야 그 정도 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법이지만, 그녀에게서 발견한 직무에 빠삭한 원숙함은 특별했다. “싸장님, 따운슁 빨라요! 공이 가는 곳 봐. 갈 곳 보지 마!”, “천처니 사을살 쳐!”

캬아!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가르쳐도 이런 명품 레슨은 못할 것 같았다.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것은 눈이 있는 고개를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고, 머리는 몸통을 리드하는 것이기에 공에서 시선을 떼는 순간 헤드페이스는 정중앙에 공을 안을 수 없다. 따라서 시선이 공을 그대로 따라가면 문제가 없는데, 미리 공 갈 곳으로 돌려버리면 생각뿐이지 샷은 엉망이 되는 법이다.

나의 이런 단점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고, 내 주위의 사람들은 더욱 더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기본이니 알겠거니 하거나, 남에게 ‘싫은 말’을 하기 꺼려해 한다. 자, 이제는 바지 지퍼 내려간 채 하루 종일 시내를 활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라도 붙잡고 말해주자. 그가 모르니 그렇게 다니는 것이니까!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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