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차가울 때 입김을 호호 분다. 손에 뜨거운 것이 닿을 때도 입김을 분다. 입김은 데우는 것인지, 식히는 것인지…?
똑 같은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저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그 두 가지가 다 맞는다면 모순이고 이중성이다.

“목욕탕이 융성하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또 하나 골프도 망국적 스포츠야!”

“국위를 선양하는 데는 운동만한 것도 없다고 하는데, 그렇담 골프가 대한민국 국격을 높여주는 효자 스포츠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골프에 대한 인식을 극과 극으로 달리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두 가지 말이 다 맞는 것 같다는데 있다.

엊그제 어느 지방법원서 “골프는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여가활동이라는 개념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다수의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서 대중화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 기사를 실은 신문의 타이틀이 웃긴다. ‘법원이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두고 우리에게 무슨 크나큰 선물이라도 준 것인 양 ‘통 큰 결정’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제목을 단 기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말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 김 작가의 주장이다, 주장! 

수도권 지역의 회원제 골프장에 갈 때마다 개별소비세라 해서 1회 입장할 때마다 12,000원씩을 부과했는데, 한 골프장 쥔장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법원이 처음 받아들인 것. 골프가 사치성 운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줄어들었고,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라고 했다.

우리나라 골프인구는 최근 들어 해마다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쑥쑥 늘고 있고, 덩달아 골프장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2010년도 골프장 입장객 수는 2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간 것을 다 포함한 것이지만 수치상으로는 국민들 2명 중 1명이 한 차례씩은 골프를 한 것이다.

대한골프협회가 주최한 행사에 다녀왔다. 작년에 아시아올림픽에서 골프 부문 단체는 물론이고 개인전 전 종목을 석권했다. 여자 아마추어골프는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프로는 또 어떤가? 일본서는 김경태가 일본서 공을 친 사람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었고, 세계 여자 랭킹 1위를 우리나라가 하고 있다. 우리 골프가 말이다. 그 축하 행사자리에 문화체육부의 높은 사람과 국회에서도 관련 의원이 왔다.

골프장업 단체서는 이구동성으로 “특소세 좀 폐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도록 해 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이 김 작가 같은 순수골프애호가가 많았지만, 골프관련 사업 종사자들도 다수 있었다. 모두들 그 대목에 박수를 쳤듯 여러분도 특소세가 인하돼 골프장 입장료가 싸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환영하실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라는 것. 일견 맞지만 골퍼들에게 혜택이 몽땅 가는 것이 아니다. 지방 골프장에 세금감면이 있게 되자, 몇몇 업주들은 동시에 그린피를 슬그머니 올렸다. 세금 액수에서 절반이나 3분의 1정도를 인상했으니, 어쨌건 그린피가 싸진 것이다. 

겉으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같지만, 사실 매부(골프장)만 좋은 것이다. 이 모순이 여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장 서비스도 그만큼 줄 것이 자명하다. 또 골프장 특소세로 잃게 되는 세원이 다른 것으로 부과될 것이기에, 이번에는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까지 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운동을 즐기는데, 특별소비세라니 당치 않다. 골프가 유흥행위라면 한강변에서 조깅하는 것, 초등학교 운동장서 하는 조기축구에도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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