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공

 
울나라서는 골프장에 가려면 먼저 영어를 웬만큼 통달하고 가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용어들을 영어로 쏼라쏼라 하거든.

골프가 정통영어국인 스코틀랜드서 생겨, 건너온 운동이기에 어쩔 수 없다. 서양 사람들이 태권도를 하면서 ‘이단옆차기’ 등의 우리말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지 뭐. 다만 순 우리말 쓰기 고집이 이만저만이 아닌북한서는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구멍에 알넣기’인 골프 하면서 재밌는 우리말을 많이 쓴다.

우선 아이언은 어김없이 ‘쇠채’. 숏 아이언은 당연히 ‘짧은 쇠채’, 롱아이언은 ‘긴 쇠채’이니 쉽고도 정확한 우리말이다. 페어웨이 우드는 ‘나무채’, 드라이버는 ‘가장 긴 나무채’이다. 그런데 요즘 골프채소재가 감나무 뿌리에서 티타늄 같은 메탈소재로 거의 다 바뀌었으니 이 말도 곧 바뀌리라.

그런데 골프용어를 전혀 모를 것 같지 않은 전문 아나운서나 해설자, 레슨프로들도 꼭 우리말로 쓰는 골프용어가 두어 가지 있다. 공의 머리 때려서 땅볼 만들고 마는 topping, 토핑은 잘 아시겠지만, ‘팻샷’이 있다는 걸 아시는가? 영어로는 fat shot이다. 거의 쓰지 않는데, 사실 토핑의 반대인 이른바 ‘뒤땅’이다. 볼을 정확히 가격하지 못하고 뒤쪽 땅을 두껍게 쳤을 때 사실 이말 써야 맞다.

그러나 연습장, 필드서 그 누구도 팻샷이라 하지 않고 모두 ‘뒤땅’이라 하는데, 쉽게 알아듣는다. 아참, 토핑을 해서 나온 볼이 낮게 풀 위를 기듯 굴러가는 볼을 ‘뱀샷’이라고 하는데, 우리말과 영어가 절묘하게 어울린 조어라는 생각. 한국 사람들 많이 가는 태국이나 필리핀 골프장서도 캐디들이 ‘뱀샷’ 어쩌고 한다.

또 하나 ‘굿샷’ 또는 ‘베스트샷’이라고도 하면서 함께 쓰는 ‘오잘공’이 있다. 골퍼들이 젊어지면서 준말 쓰기 좋아하는 젊은 누군가가 ‘오늘 가장 잘 친 공’을 줄여서 그렇게 부른 것이리라.

자, 이제 이 김 작가가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고 싶은 순 우리말 골프용어가 하나 있겠다. 내가 엄청 야한 이야기 많이 쓰는 작가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 꽤 될 텐데, 제~발 이 야한 용어만큼은 쓰기가 싫고 그래서 쓰지 말자고 먼저 제의한다. 다름 아닌 ‘머리 올리기’이다. 첫 라운드 나가는 것을 그리 말하는 것이니 얼마나 재밌는 우리말이냐고 떼 쓸 사람도 계시겠지만 미용실로 보낼 말이라고 주장한다.

전설적인 기생 황진이로 대표되는 조선조 기녀들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예절과 기예를 익힌 후 이팔청춘 꽃봉오리가 무르익으면, 드디어 입문을 했다. 예외적으로 재색을 겸비한 품격 높은 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개의 기생들은 첫 순정을 지체 높고 재력 있는 나이 든 남자들에게 바쳤다. 사실 그 원조교제는 예나 지금이나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원조교제를 하는 남자들이 미리 점찍어 둔 어린 기생에게 드디어 무슨 거사를 치르는데, 그걸 ‘머리 올리기’’를 결행한다고 했다.

기녀로서 이왕이면 인물과 학식, 재력을 갖추고 마음까지 통하는 상대방을 원하기 마련이지만, 이것도 서로 운이 어디 맞아야지~!

이 ‘기생 머리올려주기’가 언젠가부터 골프장에서 마구 쓰이고 있다. 예전에 신문에 이 말을 썼던 골프전문기자가 어느 ‘엄격한 독자’의 항의를 받고, 그 뒤로는 신문방송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이 기회에 ‘골프’를 순 우리말로 만들어보자. 대뜸 ‘자치기’ 등으로 말하는데, 이번 회 칼럼 제목을 한번 올려다보시라. 뭔가 느껴지지 않는가.

라운드 중 공이 잘 안 맞는 사람에게, 분명히 골프하고 있을 때 “너, 뭐 해?”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어, 오늘 왜이래?”라 대답한다. 그러니 앞으로 골프를 ‘어오늘왜이래’라는 여섯 자 우리말로 쓰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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