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공

 
대개의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하고 장래를 걱정하는 나머지, 그 방법으로 무조건 기성세대의 개념을 강요한다. 문제이다. 때로는 대리만족의 개념으로 본인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시키기도 한다. 자식의 의사와는 별개 결정이다. 용케 이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울나라 출신 상당수 ‘유명골퍼들’은 부모 그 중 아버지가 시켜서 그 길을 택하여 성공한 경우가 많거든. 한국의 골프대디 하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가 애정의 표현은 맞지만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재능에 맞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애정이 아닐까.

얼마 전 있었던 <2011년 대한민국골프대전>, 김 작가가 그런 곳을 빠지지 않지. 볼거리가 많았는데, 유명프로가 참관객들에게 무료 레슨을 해줬다. 자, 그런데, 신청을 한 아이 중에는 7살짜리 여아가 있었다. 그 아이가 드라이버를 휘두르는데, 거의 100여 미터나 나갔고, 무엇보다도 폼이 완벽에 가까운 것을 보고 가르치던 프로가 깜짝 놀라 부모를 찾았다. 아버지는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 듯 ‘내 딸 어떠냐?!’며 손을 번쩍 들었다.

간혹 연습장서도 보는 광경이지만 초딩 저학년에게 골프를 열심히 가르치는 아빠들이 있다. 문제는 그 아이의 놀이수준을 넘어서는 ‘스파르타식 골프기술훈련’을 시키는데 있다. 공개레슨 장의 프로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선수를 키울 요량이라 해도 중학교 때가 적당한 시깁니다.” 타이거 우즈는 세 살 때부터 골프클럽을 잡지 않았느냐고 어디서 들은 말씀을 하실 수도 있는데, 얼 우즈가 쥐어준 게 아니고 타이거가 그냥 들더란다. 모차르트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피아노를 쳤던 것처럼. 이런 특별한 경우를 일반적인 경우에 대입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나 김 작가는 자식에게 아주 ‘민주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자부한다. 자랑해도 될 것 같다. 내 두 파편(자식) 중 아들놈은 태어날 때부터 덩치가 엄청 컸다. 첨엔 지 어미가 방금 낳은 것인 줄도 모르고 산부인과 의사와 짜고 어디서 웃자란 아이를 데리고 온 줄 알았다. 신생아가 씨알이 그토록 굵었던 것. 난 놈을 보고 혼자 나만의 희망을 키웠다. 얘가 체격이 좋아서 내가 부족했던 ‘운동분야’에서 탁월한 재주를 보길 바란 것.

아이는 볕 좋고 물 좋은 곳의 상추처럼 쑥쑥 자랐는데, 대학생인 지금은 키가 183센티미터에 몸은 0.1톤에 가까운 9십 몇 킬로이다. 그런데 전공은 성악(가장 음역 낮은 베이스)이니, 애비가 못해서 아쉬웠던 큰 체격이 유리한 운동이나 애비가 죽을 때까지 못 받을 것 같은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돼줬으면 하는 ‘바람’과는 상반 된다. 그래도 우리는 지는 제 길, 나는 내 길이다. 다른 파편 하나, 딸년도 마찬가지인 것이 춤 추는 학과를 나와 생뚱맞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를 프로선수로 키우지 않아도 취미로 갖게 해 함께 라운드를 하는 건 좋지 않겠느냐고? 짝짝~! 대찬성이다. 여건만 된다면 자식뿐 아니라 배우자, 애인 아니 사돈네 팔촌까지 골프를 권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굿이다. 그러나 명절 때 가족 친지끼리 고스톱 쳐보셨을 것. 어쩔 수없이 치긴 하지만 재미 꽝이다. 생각해 보시라. 아버지나 동서형님께 “쌌네요~ 존 말할 때 피 갖다 놔~”, “박이니까 따블로 줘!” 맞담배 뻑뻑 하면서 이럴 수 있느냐구?! 하여 가족끼리 너무 라운드를 자주 하는 것은 삼갈 일이다. 편치 못하니 흥미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실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해주기가 그렇고, 날 세게 붙어 돈 따먹기가 힘들단 말이지.

그러나 정말 그러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자식을 친구로 삼고 싶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골프가 최상이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대신 ‘멀리건’이니 ‘퍼팅 컨시드’를 남발하지 말고 제대로 룰을 지키며 해보시라.

서로 일방적인 강요나 떼쓰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친구’라 한다. 골프가 그런 친구를 만들어준다.
(☞ 이번 주 글은 미국 골프전문 라이터인 ‘제임스 도드슨’가 암 확진 후 시한부 삶을 사는 80 넘은 아버지와 마지막 라운드를 한 이야기를 읽다가 썼음)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