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 변비환자에게 외친 말이라면 “…싸라!”가 될 터. 여기선, 돈 좀 챙겼으면 한턱내라는 그런 말이다.

우리나라 언어 용례 중 희한 것이 많은데, 원뜻에서 크게 벗어난 게 ‘아주 좋은 것’을 말하는 ‘죽인다!’와 ‘돈 쓰는 일’을 ‘쏜다!’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말 배우는 외국인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돈을 벌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쓸 때는 폼 나게 써야한다는 말이렷다. ‘어렵게 번 내 돈을 내 맘대로 쓰는데…’라며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하는 사람들 계실 것. 맞는 말이다. 임금착취 하지 않고, 해당 세금 잘 냈으면 그걸로 충분히 국가에 기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돈 잘 안 쓰면 흉을 본다.

기부문화가 일반화 되어 있는 서양선진국을 보면 우리랑은 많이 다르다. 골프 우승 상금으로 단단히 쏜 여자 선수가 있다. 그녀가 미국 유명 골프채널서 우리네 공익광고와 비슷한 이미지광고를 하는데, 화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부모님은 저에게 행운이 덜 따라준 사람들을 도우라 했어요. 또 로레나 오초아 선수가 어린이들을 돕는 것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골프장을 배경으로 스물세 살 젊은 여자골퍼가 자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LPGA가 만든 30초짜리 광고. 골프와 기부를 주제로 만든 이 광고의 주인공은 서양 여자골퍼가 아닌 한국의 딸, 토종 김인경이다.

김인경 프로는 작년인 2010년 멕시코에서 열렸던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상금 22만 달러, 우리 돈 약 2억4천만 원을 모두 쐈… 아니, 기부… 아니, 쏜 거라 해야 말맛이 난다. 대회가 열린 멕시코와 미국 자선재단에 절반씩 팍팍 쐈다. 우린 미국 소문을 잘 몰랐지만 김인경이의 ‘통 큰 기부’에 미국 언론들은 작년 골프계 최고 ‘죽이는 미담’으로 꼽았다.

우리 골프가 미국을 정복(?)한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 우승을 먹으면서 미 LPGA 투어에 몰려간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 미국 골프팬들과 언론들이 엄청 시샘을 한 적도 있다. “영어도 못하는 애들이 공은 잘 쳐서 상금만 긁어간다니까!” 그러나 지금은 골프 실력은 물론 외국어구사, 선행, 심지어는 옷 잘 입기로도 우리나라 아가씨들이 죽인다, 죽여!

대부분의 한국 골퍼들은 프로들이다. 프로들의 상금을 먹고 못 먹는 명암처럼 우리 아마추어들도 모두 라운드 때마다, 캐디피 명목이나 ‘순전히 재미로’라는 핑계로 얼마씩의 내기에서 따고 못 따니 말이다. 딴 사람은 그날 비용을 들이지 않기도 하고, 적어도 얼마만큼은 버니 프로랑 같다.

그런데 내기 후 딴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 이거 무지 중요하다. 첫째는 인간성 둘째는 골퍼로서의 자질, 집안내력, 향후 인간관계… 등 지대한 평가가 따르고, 그날의 인상이 강호제현들의 인구에 두고두고 회자되니까 말이다.

“재미로 한 거니까 다 돌려줄게! 이긴 기분으로 저녁을 사지 뭐!”→ 120점. 이 세상에는 없는 상상의 골퍼.
“내가 좀 땄네. 우선 캐디피 내고, 나머지는 잃은 사람들 좀 나눠줄게!”→ 100점. 계속 좋은 골퍼로 대접 받는다.

“흐흠… 캐디피(만) 내가 낼게!”→ 80점. 그냥 그런 골퍼로 기억된다.
“지난 번 잃은 거, 겨우 만회를 좀 한 거 같기도 하고…”→ 60점. 쏘쏘.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다음에 또 하자구!”→ 40점. 준 도박꾼.
“안 땄어!”→ 0점. 절대 또 만나고 싶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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