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공

 
이 땅은 봄이 왔건만 지구촌은 마냥 칙칙하다. 리비아와 일본서 연일 사람들이 숨져간다. 자유를 얻으려다 또는 천재로든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인간은 그냥 놔둬도 죽게 되어있는데, 왜 이런 ‘저승길독촉’이 일어나는 것일까.

죽음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비극이고 그래서 더 슬픈 일은 없다. 죽는 이나 그걸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은 극도의 감정표출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때 당사자의 인간됨의 면면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가 일본을 갔을 때마다 느꼈던 건 그들이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하고, 의연터라는 것. 남이 불편할 것 같으면 자기 감정마저 억누른다.

일본인들은 한국인 지인들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우리네 방사능 같은 것이 이웃에 있는 한국에도 폐를 끼칠 것 같아 걱정스러운 나날입니다’라고 한다. 물론 우리네 정신대 할머니들도 일본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일본인들의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정신은 아주 유명하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하는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국인들을 큰 컵에 집어넣고 나오지 말라고 하면 남의 어깨를 밟든 엉덩이를 받쳐 주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죄다 밖으로 기어나오려고 하는데, 반면 일본인들은 접시에 둥글게 선을 긋고 선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대로 있는다는 것. 남에게 닿지 않고도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혹 남이 내 자신을 언짢게 볼까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은 대지진으로 그대로 침몰이냐 아님 재탄생이냐의 엄청난 기로에 서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재앙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시름겹고 참혹하다. 방송서 일본인들의 재난에 대처하는 그 모습 하나하나를 보면서 놀랄 뿐이다. 병원에서는 약이 부족해 곧 죽어갈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약을 나눠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배운 정신이라지. 남을 배려하는 ‘메이와쿠오 가케루나(迷惑を掛けるなㆍ폐를 끼치지 말라)’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골프 이야기로 넘어가자.
골프가 잘 안 될 때, 각국 사람들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인들은 레슨교습서를 읽으며 연구하고, 일본인들은 연습장으로 가서 맹렬히 연습을 하는데, 우리 한국인들… 여러분은 어떠신가? 골프채를 확 바꿔 버린다.

우리 한국인들의 방법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미국인들도 공이 안 맞으면 채를 땅에 내리치기도 하고 심지어 그린 위에 침을 퉤~ 뱉기도 한다. 연장 탓으로 돌려 무조건 비싼 신형 채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단단히 있지만, 자기에게 잘 맞지 않는 채는 바꿔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시 일본인들의 실력향상을 위한 노력 방식이 가장 낫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성통곡을 하든 채를 내리치든 무조건 멀리건을 달라고 하든…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어서 본인은 기분전환이 될지 몰라도 남에게는 볼 성 사납고 손해를 줄 수 있는 일이다.

말로는 “민폐를 끼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하고서, 바람 부는 방향에 선 사람 쪽으로 담배연기 팍팍 날리거나, 볼 찾느라 숲속에 한참 들어가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4명을 건사하는 캐디에게 마치 자기 혼자만의 비서라도 되는 것처럼 멀리서 채 가져와라, 볼 닦아서 놔 달라, 휴대폰 가져오라 하는 등은 도대체 뭔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지금은 아픔을 함께 해도 이내 다시 서로를 비난하게 될지도 모를 나라 일본, 그러나 이번 기회에 그들의 감정제어 모습 하나는 확실히 배워야겠다. 그래서 일본말을 좀 써야겠다. 메이와쿠오 가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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