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 놓인 공을 저쪽 홀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골프니까, 언뜻 보기에 는 룰도 아주 단순할 것 같지만 제대로 다 지키려면 한정이 없는 것이 골프규칙이다. 또한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운동경기이기에 룰을 속이기가 아주 쉽지만 그만큼 발각되기도 쉽고 무엇보다 불법을 저지르다 들키면 망신도 크게 당한다.

어쨌거나 우린 골프를 하면서 공을 살짝 옮기거나 다시 치거나 점수를 깎고 싶은 충동을 수도 없이 느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골퍼들은 그 간절한 유혹을 끝내 억눌러 이겨내는 신사들이지만, 이 글을 읽지 않으시는 상당수 비신사 골퍼들은 그런 범죄(?)를 많이 저지르셨을 것이다.

자, 그런데 골프에 이런 룰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 것 같은가.
1. 매홀 벌타 없이 멀리건을 한 개 씩 받을 수 있다.
2. 볼 놓인 상태가 안 좋거나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몇 차례이든 홀에 가깝지 않는 1.8m이내의 거리에서 원하는 곳으로 볼을 옮길 수 있다.

3. 모래벙커에서는 당연히 볼을 꺼내 밖에서 칠 수 있다.
4. 쓰리퍼트 이상은 없다. 그 이상은 무조건 OK를 받는다.
5. OB는 원칙적으로 없다. 볼이 날아간 거리의 페어웨이 옆 러프에서 1벌타만 받고 친다.
6. 페어웨이 위에서도 티를 꽂고 샷을 할 수 있다.

여러 반응이 있을 것이다. “백돌이인 내게 딱 맞는 룰인데. 재밌을 것 같아.”, “그렇게 하면 매번 싱글 치겠다.”, “헤헤~ 우리 아니, 나는 이미 이렇게 적용하고 쳐!”, “그게 무슨 골프야?!”

마지막 그건 골프가 아니라는 말에 귀 기울이자. 지금의 룰이 정착된 것은 골프가 500년 역사를 도도히 흘러오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긴장감이 들고, 실력 좋은 사람이 우승토록 하는 스포츠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극히 일부분, 특별상황의 로칼룰 아닌 이상한 자기들만의 규칙을 정해서 하는 것은 골프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골프왕국 미국서는 이런 골프룰을 적용하여 경기를 하는 단체가 생겼다. 오래 살고 아니 오래 치고 볼 일이다. 자기들은 <대안골프협회>라 부르고, ‘FLOGTON’라 하는데 플로그톤을 뒤집어 보자. NOT GOLF, ‘골프가 아니다’라는 말이 된다. hello를 거꾸로 해서 ‘olleh’라고 광고를 하는 업체도 있듯 스펠링이 한 바퀴 덤블링을 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플로그톤 회장이 엄청나게 멀리건이나 잘 쓰는 골맹이 결코 아니라는 것. 공식핸디캡이 3인 IT산업계의 거물 CEO ‘스콧 맥닐리’가 맡았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골프 룰, 매너, 실력짱으로 여러 번 뽑혔다. 골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골프애호 종결자인 그가 만들었기에 욕을 먹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골프의 원조이자 자부심강한 영국왕실골프협회가 골프를 희화화했다고 가만 놔뒀겠는가! 그들도 기절초풍 대신에 피식 웃고 말았단다. 미인선발대회에 반발한 ‘안티미스코리아’ 같은 것도 있으니 뭐 애교로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룰이 생명인 스포츠가 이러면 덩달아 세니섭톤(SSENISUBTON)도 생겨나지 않을까. 혼란과 불법이 난무할 것이다. NOT BUSINESS 말이다.
계약은 아무 때라도 파기할 수 있다. 계약 시와 수금 시 납품단가는 다를 수 있다. 종업원의 임금지급은 3년을 미뤄도 된다. 거래처와 미팅 약속은 어겨도 된다…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김 작가 큰 목소리로 외친다. “법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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