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히트를 치는 모양이다. 안 읽어봤으니 내용은 그저 살짝 짐작되는 정도인데, 제목이 폼 난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그걸 보완해나가는 것이 곧 매력이 아니겠는가 뭐, 그런 뜻이겠지.

<숙제 없으면 학교 다닐 만하고, 보초 없으면 군대생활 할 만하고, 슬라이스 안 나면 골프 칠 만하다>는 말이 있다. 해당분야의 가장 큰 고역들이지만 그게 곧 그것의 본질이고,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실력향상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참맛을 느끼는 거 아니겠는가.

초보이건 왕싱글핸디캐퍼이건 영원히 겪는 고질병 슬라이스, 이걸 완벽하게 잡는 사람은 가히 골프신이라 할 수 있을 것. 그러나 누구나 슬라이스 안내고 쉽게 골프를 할 수 있다니 골퍼들에게 엄청난 복음…일까?

미리 단정 지어 말하지만 골프는 무지 재미없어지고 자칫하면 아예 골프라는 운동경기가 인류에게서 사라질지도 모를 재앙이 될 거라고 본다. 앞서 이미 말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듯 슬라이스가 있으니까 골프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폴라라’라는 이름의 골프공이 생산되어 백돌이들이 환호를 하는 모양이다. 휘지 않고 직선으로 나가 슬라이스니 훅이 75%이상 방지된다니 오비 안 나는 것은 물론 해저드에도 빠지지 않고 누가 어떻게 치건 알맞은 길이의 잔디인 페어웨이 위에 살포시 떨어질 것이다.

언덕이나 숲속으로 들어갈 필요 없으니 점수 좋을 것이고, 캐디 언니들 고생시키지 않아 환영 받을 것이고, 비싼 공 잃지 않아 꿩 먹고, 알 먹고, 둥지까지 먹는 셈이 된다.

그러나 골프광들이 득시글거리고 룰과 규칙, 매너, 모험을 생명처럼 여기는 미국인들이 가만있었겠는가. 미국 골프협회(USGA)는 “1977년에도 시판됐다 마뜩치 않게 여겨 사라지게 했는데, 또 나타났네. 인정할 수 없어!”라 외쳤다. 골프 본질을 훼손한다며 공인을 해주지 않은 것.

그러나 골프공 제조업자나 일부 비기너들이 반박을 했다. “초보자들의 애환을 모르는 사람들! 왜 잘 치는 니들 생각뿐이냐?! 아마추어가 더 즐겁게 골프를 하겠다는데 왜 막는 건데?!” 아기가 보행기를 타다가 걷는 것이지 어떻게 바로 걷겠느냐 뭐 그런 주장을 편 것이다.

고수들 “샷을 교정해!” 백돌이 “그게 쉽냐구?!”

이 김 작가도 슬라이스가 바퀴벌레보다 더 싫고 귀신보다 더 무섭지만, 그래도 슬라이스 안 나는 공은 반대이다. 핸디캡 높은 골퍼들이 클럽 페이스가 열려 공을 깎아 치는 전형적인 슬라이스 샷을 해도 공이 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는 획기적인 공에 유혹을 느끼는 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골백번 같은 말 하지만, 이는 골프 게임의 본질에 어긋나는 반칙이라고 본다.

문제의 이 공은 40년 전인 지난 1972년 이미 발명됐다. IBM의 화학자와 유명 물리학자가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고 1977년엔 시판을 했다.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건 물론이다. 그러나 그때도 엄청 시끄러웠다. “똑바로 보내는 것이 골프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이다. 또 레슨프로, 골프연습장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아름다운 법. 자기 아버지 계열사에 들어와 입사 한 달 만에 과장 달고, 1년에 상무, 2년 만에 사장 되면… 뼈 닳도록 일하는 다른 사원들, 어디 기분 좋겠는가!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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