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동갑내기 부부 이성종·손지현 씨는 요즘 시베리아 대평원을 자전거로 달리는 꿈에 부풀어 있다. 6월 중순 중국 백두산을 출발,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탈 수 있는 모스크바까지 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부부는 TSR로 파리까지 가서 유럽을 일주하는 자전거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28세 동갑인 이성종·손지현씨 부부
반년간 아프리카 10개국 8천㎞ 질주
아르바이트로 경비모아서 값진 경험
내달부턴 시베리아철도로 유럽 일주

돌아올 때는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실크로드를 따라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1년 6개월의 대장정이다.

두 사람은 2005년 3월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이씨는 군복무 중이었다. 배낭을 메고 필리핀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가본 외국은 모든 것이 신기했다.

남편이 대학을 졸업한 뒤 아프리카 10개국 자전거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제주도를 일주하고 땅 끝 마을까지 달리며 체력을 길렀다. 2007년에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하면서 여러 도시를 돌고 돈도 벌었다.

 
◇ 이성종·손지현 씨 부부가 지구의 한가운데인 우간다의 적도에서 포즈를 취했다.

귀국 후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고 자전거박람회장에서 명함을 돌리며 스폰서를 구했다. 산악자전거와 여행장비 등을 협찬 받았다. 2009년 3월 후배 김지용 씨(26)와 500만 원씩 준비해서 남아공화국으로 떠났다.

케이프타운을 출발해서 나미비아·보츠와나·잠비아·부룬디·르완다·우간다·케냐·탄자니아·모잠비크를 일주하는 일정이었다. 섭씨 38도의 폭염 속에 비상식량과 물 등 수십 ㎏씩 매달고 평지에서는 시속 30㎞로 달렸다. 나미비아 국경 근처에서 변속기가 고장 났다.

자전거포가 있는 마을까지는 300㎞를 가야 했다. 운 좋게 화물트럭을 얻어 탔으나 운전기사가 럼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바람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나미브 사막은 자전거 출입금지여서 렌터카로 2박3일 동안 횡단했다. 캠핑장이 없으면 주유소, 검문소, 경찰서 마당에 텐트를 치고 현지인들과 어울렸다. 5월 중순 잠비아 국경을 넘었다.

무지개 걸린 빅토리아 폭포는 대자연의 서사시였다. 낭만도 잠시, 수도인 루사카에서 음플룽구 항구까지 보름 동안 1000㎞를 달려야 했다. 화물선을 타고 탕가니카 호수를 이틀간 건너 부룬디에 도착했다. ‘천 개의 언덕을 가진 땅’이라는 르완다를 거쳐 우간다로 향했다. 적도(赤道)에도 섰다. 케냐의 마사이마라는 표범, 코끼리, 얼룩말 등 동물의 천국이었다.

8월초 탄자니아 북동쪽에 들어섰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가 만년설을 이고 있었다. 포터, 가이드 비용을 포함한 입장료가 5박6일에 자그마치 1인당 150만 원이었다. 야영을 하면서 정상을 향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강풍과 추위가 엄습했고 구토증세가 발을 붙잡았다.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걷다 보니 우후르 피크였다. 모잠비크 국경의 칠흑 같은 밤에는 30㎞ 모래 길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했다. 그러나 모잠비크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교민들이 베푼 환대는 잊을 수 없다. 케이프타운에서 8,000㎞의 여행 종지부를 찍고 9월말 건강한 몸으로 귀국했다.

지난 1월부터 석 달간은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지난 13일 필자를 만난 두 사람은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여행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집에는 텔레비전조차 없고 그 흔한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않고 산다.

소설가 민태원(1894~1935)의 유명한 수필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자전거 탐험가 부부의 심장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젊은 그대들의 끝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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