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한 번 다양한 것이 골프이다. 근데, 내가 “아!”하고 무릎을 친 말은 좀 의외의 것으로 다른 사람들은 동의를 잘 안할 수도 있는 이론이다.

첫 번째는 최경주가 아마추어들에게 힘줘서 한 말. ‘스윙톱에서 바로 채를 내려 공을 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프로나 아마고수들의 ‘백스윙 톱에서 잠깐 쉬어 힘을 모으는’ 실력이 된다면 모르되 아마추어에겐 그게 쉽지 않다.

그러나 여러분이 쉽게 수긍치 않으실 수 있는 골프 잘 치는 ‘이론’은 다른 것이다. 오래 전에 이 말 들으면서 무릎을 두 번 세 번 치며 탄복을 했었다.

“골프를 할 때는 상대가 누구일지라도 꼭 내기를 하세요. 그리고 그 돈은 분명히 받으세요. 나는 친한 친구일지라도 그의 집까지 따라가서 이긴 돈을 기어이 받습니다.” 도박 좋아하는 사람이 했던 말이 아니다. 그가 뒤에 중요하게 덧붙였던 말을 들어야 한다. “내기를 하되, 액수가 커지면 큰 일 나니, 주의할 사!” 웨일즈가 낳은 걸출한 골프스타, 왕년에 메이저 대회도 팍팍 먹고, 우리나라에 와서도 우승을 했던 ‘이안 우즈남’이다.

이안 우즈남의 말인즉 라운드 중,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내기가 동기부여의 긍정적 욕심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이기나지나 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게임은 그만큼 집중이 안 된다.

내기골프에서 액수만 적당하다면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예컨대 저녁 식사비용, 캐디피, 음료수 내기 등에 머무르면 좋지 않겠냐 싶다. 자칫 아는 사람끼리 그냥하면 재미가 없고, 몰입이 잘 안되고, 심지어는 지루해질 수도 있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 정도의 내기가 알맞을까? 액수를 정하기 전에 한 가지, ‘따불’은 없는 것으로 하자는 약속을 굳건히 해야 한다. 내기 골프에서 액수가 커지는 원인은 타 당 얼마씩으로 하는 방법이 아니다. 처음에 큰 액수가 아니었더라도 비기면 “따불판!”이러다가 액수가 확 커져버리는 것이다.

돈이 영양상태 좋은 우량아 이상으로 빨리 자라는 경우를 보자. 첫 홀에 달랑 천원(1000)부터 시작해서 매 홀을 더블로 간다면? 맨 나중의 액수를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마지막 18홀은 타 당 1억 3000만 원짜리 판이 된다. 미국 PGA 메이저대회 상금보다 더 커진다.

계산을 해보자. 2번 홀은 1000원 배이니 2000원이고 3홀은 4000원, 4홀은 8000원이 되고, 5번째 홀에서 1만원을 넘긴다. 1만6000원이다. 다음 6번째 홀은 3만2000원이 되고, 7홀에서 6만4000원이 되다가 8홀에 이르면 타당 12만8000이 된다. 다음 9홀은 25만6000원, 10홀에서는 51만2000원, 절반을 조금 더 친 11번째 홀에 오면 타 당 백만 원이 넘는 102만4000원이 된다.

이제 돈은 뻥쟁이가 잡은 물고기처럼 더욱 빠른 속도로 자란다. 자 곱하기 2를 계속 하자. 12홀은 204만8000원, 13홀이 409만6000원이고 14홀에서는 타당 819만2000원씩을 주고받아야 한다. 15홀에 와서 천만 원이 넘기 시작한다. 한숨 돌려 봐도 15홀은 1638만4000원이 되고, 16번 홀은 3246만8000원, 타 당 3000만 원이 넘는다는 말이다. 17홀에서 이전 홀 값을 더블로 하면 6493만6000원이 된다.

이윽고 마지막인 18번 홀에서는 1억2900만 원이 넘는 1억2987만2000원이 되고 만다.

돈 놓고 돈 먹는 도박과 골프라는 운동을 하면서 하는 약소한 금액의 내기를 하는 행위는 다르다고 본다. 그런데 화가 난다고 마냥 ‘따불게임’을 하면, 이건 인간관계를 망치고 금전적으로도 큰 손해를 보는 왕도박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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