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늦은 밤 KBS 1TV에서 ‘무지갯빛 하모니, 희망을 꽃피우다.’를 주제로 방송된 ‘낭독의 발견’은 필자에게 5년 전 취재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 출연한 소양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부산 앞바다 가덕도 기슭에 자리잡은 아동양육시설 소양무지개동산(옛 소양보육원)의 가족들이었다.

 65년동안 수많은 인재배출한 보육원
 가덕도 소양무지개동산 지형식 원장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원생들 보듬어
 자수성가한 선배 10억짜리 건물약속

가덕도는 동백 숲과 등대주위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섬이다. 필자는 춘천에서 1946년 보육원을 설립해 한국전쟁 중 가덕도로 옮겨 원생들을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지득용 이사장(90)을 만나러 갔었다. 지금은 가거대교의 준공으로 가덕도가 부산 강서구에 편입됐지만 당시에는 보육원에서 보내준 모터보트로 바다를 건너야 했다.

원장 겸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형식 씨(56)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으나 대를 이어 영유아와 초중고생 92명의 아버지로 헌신하고 있다. 소양무지개동산은 부모가 이혼한 결손가정이나 미혼모에게 버려진 아동들을 보듬어 양육하고 있다.

1999년 창단된 소양오케스트라는 원생들의 정서 순화 및 함양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지 원장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꿈을 키워주고 싶어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그들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트럼펫, 더블베이스, 피아노 등은 부산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기업에서 기증받았다.

 
◇소양오케스트라의 ‘산골짝 작은 음악회’. 가을이면 선배가 지어준 연주홀을 갖게된다.

30여 명의 단원들은 악기연주를 전공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개인지도를 받아 연주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원생들은 대부분 한 개 이상의 악기를 연주한다. 소양오케스트라는 국내는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본 등에서 수차례 공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는 10월말에는 일본 오기타 중학교의 초청연주 스케줄이 잡혀있다. 해마다 8월 마을주민과 후원자, 자원봉사자, 원생들의 연고자 등을 초청해서 연주하는 ‘산골짝 작은 음악회’는 부산과 경남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지 원장은 “음악, 외국어, 스포츠,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인교육을 목표로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 또는 연고자와 자유롭게 만나게 하고 방학 중에는 그들의 집에서 함께 생활토록 함으로써 뿌리를 잊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 진학한 원생들은 소양무지개동산이 마련한 부산 시내 7군데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훈이 “훌륭하기 전에 진실하자.”인 소양무지개동산은 65년 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실내무대가 없어 비가 오면 불편을 겪었던 원생들에게 얼마 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곳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자수성가한 노선배가 강당, 예배당, 연주홀, 레슨실을 갖춘 복합건물을 세워주기로 한 것이다. 사재 10억 원으로 보은의 선물을 약속한 사람은 김 훈 씨(70). 그는 40여 년간 성형외과 원장으로 일하다가 2008년 은퇴했다.

김씨는 한국전쟁의 와중에 부모를 잃고 소양보육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다. 지 원장은 “오는 9월말 완공되는 건물은 그분의 두 아들 외자이름을 따서 ‘강산홀’로 정했다.” 며 “후배들에게 성실과 정직의 덕목을 잘 익혀 훌륭한 사람이 되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소양무지개동산의 선후배간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창원 서머나 교회를 찾아가 장로가 된 선배를 축하하는 연주를 한 것이다. 아름다운 섬 가덕도의 소양무지개동산의 하늘에 원생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오색무지개가 항상 걸려있으면 좋겠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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