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착공 2014년 완공 목표 준비
 혹독한 자연환경 극복할 첨단기술 필요
 성공하면 심해·사막·우주 진출 활용 기대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으며, 극한지(남극, 혹서지, 우주)의 진출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었다. 과거 인류들은 보다 나은 대륙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고 노력하였다. 남극 즉, 극한지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 남쉐틀랜드군도 킹죠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설립한 이후 20년에 이르는 남극 진출역사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프라의 구축은 국제 선진 연구기관과 비교하여 아주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극연구의 핵심 인프라로 일컬어지는 남극 대륙기지가 없는 관계로 남극연구의 활동범위가 세종기지 주변 지역인 남위 60° 주변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쇄빙연구선인 ‘아라온(Araon)’을 건조하고, 남극대륙에 제2의 과학기지를 건설하기 위하여 2010년 친환경 건설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남극 제2 과학기지 건설은 국제사회의 승인 등을 얻어 2014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세종과학기지에 이은 두 번째 남극기지 건설장소로 동남극 지역의 ‘테라노바베이 케이프 뫼비우스(남위 74°, 동경 164°)’가 선정되었고, 기지 이름으로 ‘장보고 과학기지’가 최종 확정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남극대륙 기지 건설이 빠른 속도로 구체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살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지던 남극대륙에 새로운 기지를 구축하고 연구활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이유는 남극이 대기권, 지권, 수권, 빙권, 생물권 등 모든 자연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 실험장이고, 근래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의한 급속한 지구환경의 변화를 우리가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남극에서의 건설활동은 국내상황과 전혀 다를 것이다. 장보고 과학기지가 들어설 케이프 뫼비우스 지역만 해도 혹한과 눈보라의 영향으로 1년에 70일 정도 밖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으며, 실제로 기지 건설이 가능한 시간은 50일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남극대륙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저노동, 급속시공이 가능한 최첨단 건설공법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극한환경에 속하는 남극대륙 및 동토지역에서는 구조물이 놓이는 지층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설장비로도 정지작업이나 굴착이 매우 어려울 정도로 얼어 있고, 극저온 환경에 노출됨에 따라 일반적인 기후조건에서 적용되는 건설재료를 사용할 경우 구조물의 안전성과 내구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정형화된 기술과 차별화된 새로운 건설기술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남극과 같은 먼거리에 있는 극한지에 구조물을 건설할 경우 필요한 모든 자재를 국내에서 운송해야하는 어려운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남극대륙과 같은 열악한 건설조건에서 조사 및 연구활동을 위해 필요한 부속 시설물의 건설, 에너지 자원 목적의 각종 기반시설의 건설을 위해서는 먼저 구조형식이 극한지 환경 및 건설조건에 적합하게 선정되어야 하고, 자재 수급 및 운송, 현지 시공성 등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강재 및 콘크리트 등 건설재료의 경우 극저온환경에서 시공이 가능해야하고, 또한 내구성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극한지에 대응하여 개발된 건설기술에 대한 연구성과는 해저나 사막, 우주 등 다양한 신공간으로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열강들은 남극에서도 가장 혹독한 극저온지대, 최고도지대를 설정하고 자신들의 과학 기술력과 연구역량을 개발하고 미래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극한지 및 인류가 살기 힘든 지역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은 미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첨단기술 실험과 검증을 돕는 천혜의 환경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기회의 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서 남극의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은 선진 국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도, 나아가 우주와 같은 아직 인류에게 허락되지 않은 또 다른 극한지 진출을 위해서도 꼭 성공해야 할 한국건설기술의 현주소이다.

앞으로 미래에 대하여 계획수립과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극한지 미래과학의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배규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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