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 극장, 관객인데, 골프의 기본구성 요소도 이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배우=골퍼, 극장=코스, 관객=갤러리일 테니까. 그러나 우리가 하는 아마골프는 좀 다르지 않을까? 아마추어 골퍼들이 라운드 하는 걸 돈 내고 와서 볼 사람은 없으니 갤러리 대신 캐디를 넣자.

사실 골프에서 캐디는 골퍼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거창하게 말해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 숙명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골프 조건 중에서 날씨는 일기예보로 알 수 있으니 피하면 되고, 골프장이나 친구도 맘에 드는 대상으로 고르면 되지만 캐디는 그러지 못한다. 캐디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좀 소심하다랄까 하는 골퍼는 라운드 전날 밤 ‘내일 좋은 캐디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던가.

캐디는 여러모로 차별을 보인다. 미모가 뛰어나거나, 모델 저리 가라는 몸매, 고학력자로 많은 것에 술술 막힘없이 답변하거나,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대하는 아가씨, 부지런하여 깊은 숲속까지 들어가서 금방 볼을 찾아오는가 하면, 경력 빵빵하여 거리나 퍼팅 라인을 정확히 알려주는 캐디 등. 좋은 캐디는 골퍼들이 기분 좋게 즐겁게 라운드 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캐디다.

여러분은 어떤 캐디가 좋으시던가? 골프마다 좀 다를 수 있지만 골프운동 외에 다른 것을 더 중시 여기는 사람은 얼굴 예쁜 캐디이면 그만일 것이고, 외모나 성격은 아무래도 좋으니 골퍼에게 몇 타는 줄여줄 실력을 갖춘 ‘프로캐디’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캐디는 어떤 언니일까?
김 작가가 규정하는 것이니 이론이 있겠지만 이런 캐디가 정말 좋은 캐디 아닐까? TV드라마 보거나, 미인 경연장에 온 것이 아닌 운동시설인 골프장이니 외모는 상관없다.

일정한 보수를 받기에 해야 할 일만 기계적으로 한다는 자세보다, 함께 운동을 하는 동반자로서 골퍼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캐디야 말로 정말 골퍼들에게 환영받는 캐디라고 본다. 예를 들어, 고객께는 당연히 공손, 주의집중 잘해서 로스트볼 안 생기도록 세심히 신경 쓰고 방향안내 잘 해서 해저드나 샌드벙커를 피하도록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

거기에 막강한 캐디 권한으로 클럽선택에서 무모하다 싶으면 저지를 하고, 남의 결점은 보기 좋으니 간단한 레슨을 해도 좋다. 또 하나, 서로 이를 악무는 내기가 걸린 라운드가 아닌 다음에야 캐디의 재량(?)으로, 특히 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퍼팅 컨시드나 심지어 티샷 멀리건도 팍팍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4명의 남자의 채와 그린브레이크, 스코어체크까지 하고, 농담까지 적당히 다 받아주려면 어디 쉽겠냐고 하실 분이 계실 것.

그러나 앞서 캐디는 숙명적으로 만나는 여인이라고 했지만, 아내를 조정할 수 있듯 ‘좋은 캐디’도 골퍼 스스로 만들 수가 있다. 어떻게?

그 캐디를 먼저 사랑하시라. 김 작가는 실제 코스에서 절대 캐디를 ‘언냐’라 부르지 않는다. ‘OOO씨!’라 한다. 설령 딸보다 더 어려도 존대어를 쓴다. 12,3번 홀 이후 친근감 깃든 반말은 허용될 수 있다. 멀리서 채 빼어 오라 질타하듯 외치지 않는다.

운동하러 왔는데, 카트 쪽으로 좀 걸으면 어떤가. 홀 간 이동 시 속도를 좀 낼 수 있다면...캐디에게 엄청난 사랑을 퍼붓는 것이다.
이미 하고 계시다고? 그래서 당신의 골프 스코어가 매번 그렇게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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