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랑스항공사가 콩코드여객기의 운항중단을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였다. 교통수단에서는 속도가 제1의 경쟁요소가 되는데, 빠른 걸 장점으로 여기지 않는다니 우리로선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서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당장 탈락을 하든가 퇴출을 당하고 마니까. 그러나 여행이라면 느긋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서구선진국의 인식에 우린 기가 죽었다.

한국인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말은 ‘빨리빨리’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배우는 단어들 가운데 ‘빨리빨리’가 꼭 끼어 있고,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외국에서 상인들이 이 말을 어김없이 외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빨리’를 자주 쓰고 실제로 ‘빨리’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빨리빨리’ 문화가 고착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늘 피난을 다녀야 했던 오욕의 역사가 있었고, 특히 해방 이후 근대화를 목표로 한 빠른 경제 성장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지게 된 국민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이 ‘빨리’는 골프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우선 상당수 골프장들이 골퍼들을 토끼들로 아는지 몰이를 한다. “앞 팀과의 사이가 너무 벌어졌어요. 빨리 나가야 합니다.” 물론 바둑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주의와 함께 벌점이 따른다.

그러나 아마추어가 정상적 속도로 플레이를 해도 골프장 사정에 맞지 않으면 어김없이 독촉을 받으니 문제이다. 골프장서는 골퍼들이 제대로 스윙을 하건 말건 빨리빨리 움직여서 흐름이 좋아야만 한 팀이라도 더 끼워 넣기를 하니 산에서 토끼 쫓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빨라서 절대 좋을 게 없다. 아니 빠르다간 이건 독이다. 샷에서 실수는 오직 두 가지 이유뿐이라고 한다. 헤드업과 빠른 스윙이다. 헤드업 또한 조급증에서 기인한다. 결과를 서둘러 봐야 성이 풀리는 심성이 있어서 본인도 모르게 빠르게 고개를 들고 만다.

이 경우 틀림없이 토핑이나 슬라이스를 일으킨다. 빠른 스윙은 정확하게 중심점에 가격을 못한다. 또한 빠르게 움직이면 힘을 동반한다. 임팩트 때나 모아진 힘이 필요한데, 스윙과정에서 채를 빠르게 흔들다 보면 군 힘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히팅을 못해 거리가 나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샷이 되고 만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많은 것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그중 퍼트를 할 때 여실히 들어난다. 바로 속도다. 그들은 앞뒤는 물론 양 옆에서 라인을 살핀다. 막상 공을 때릴 때도 퍼터헤드의 움직임이 아주 느리다. 그린 위에서 그러한 차이는 점수에서 엄청난 비교우위를 보인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씁쓸함이 느껴질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각국의 국민성을 발표하는 순서이었다. 각 나라별로 한 명씩 나와 자국의 국민성을 한마디로 말했다.

영국인은 “신사도”를 외쳤다. 독일인은 “근면”을 말했고, 일본사람은 “친절성”을 내세웠다. 이어서 미국인이 나서 “개척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직 차례가 되지 않은 한국인이 뒤쪽에서 소리를 질렀다. “거 좀 빨리빨리 말하고 들어갑시다.”

거기에 ‘대충’이라는 말도 덧붙여지지 않았을까? 빨리 하는 일은 집중과 몰입을 하기가 힘들어 그야말로 대충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강 대강에, 성의가 없다.
‘빨리’는 화를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골프는 물론 침실에서도!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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