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아래 주택가 정릉 길에는 철학박사 윤형식 씨(50)가 자전거로만 살고 싶어 2009년 12월 개업한 바이크 전문 샵 ‘자전거로만’(Bike-Roman)이 있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3년 결혼과 동시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바이크전문 ‘자전거로만’ 윤형식대표
독일 11년간 유학하며 사이클 매료
매일밤 40㎞ 달리면서 스트레스 날려
“개인과 사회 모두 건강해져요” 예찬

트리어대학, 베를린자유대학, 브레멘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역사학 등을 공부했다. 독일은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었다. 베를린에는 자전거 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었다. 넓은 캠퍼스에서 강의실을 찾아 다녀야 하는 유학생에게 자전거는 필수품이었다.

윤씨는 브레멘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 귀국했다. 이듬해부터 경희대에서 연구교수로 4년간 재직했고, 한국문학번역원 사업1팀장, 브레멘대 초빙교수 등을 거쳐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4년간 일했다.

2007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 시절에는 강남구 선릉동의 KTV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가게 문은 오후 1시에 열고 밤 11시에 닫는다. 매일 밤 자정 무렵 사이클을 타고 40㎞ 코스를 2시간 동안 질주한다.

그는 정릉―북악스카이웨이―부암동―홍은동―홍제천―한강―중랑천―청계천―정릉천으로 이어지는 강북순환코스를 좋아한다. 자전거 마니아 윤씨가 자동차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와의 공존을 주장한다.

 
.◇자전거포 주인이 된 철학박사 윤형식 씨가 ‘두 바퀴의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자전거가 도로 교통의 엄연한 주체인 만큼 차도 위에 전용차선을 만들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자전거가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게 되면 개인은 물론 사회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윤씨는 소신과 생활철학이 뚜렷해 보였다. 단골인 어린이가 가져온 자전거를 정성껏 수리하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철학박사, 교수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친절한 동네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 사람들이 아침 일찍 신선한 빵을 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건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감기 등 경증환자로 인한 보험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만큼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가 시급하지요. 자동차가 가속화시킨 대형마트중심의 소비패턴도 문제입니다.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해서 자전거로 장보기가 수월해지고 동네문화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로만’에서는 로드바이크(사이클),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픽시 등의 자전거 완제품과 휠, 프레임, 핸블바, 그립, 페달, 타이어 등 부품을 팔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사이클의 순발력과 방향전환이 용이한 산악자전거(MTB)의 장점을 살려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하이브리드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회원이 30만 명을 넘었다. 하이브리드는 변속기어가 18단이어서 속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작은 바퀴와 얇은 타이어가 특징인 미니벨로는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가볍다. 접이식이 많아 출퇴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바퀴가 작아 속도를 내려고 하면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러닝머신 효과도 있다. 픽시는 브레이크와 기어가 없는 대신 뒷바퀴가 페달에 고정돼있어 뒤로도 페달을 돌릴 수 있어 후진이 가능하다. 그의 자전거 예찬은 이어졌다.

“자전거를 1시간 정도 타면 400~500㎉의 열량이 소모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1년 이상 자전거를 꾸준히 타면 심폐 및 순환기계통 기능이 좋아져 심장병과 당뇨병을 방지하고 비만 발생률은 절반으로, 고혈압 발생위험은 30% 감소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어려서 시인이 되고 싶었던 윤씨. 황동규 시인의 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즐겨 애송한다. 그는 오늘도 두 바퀴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산다. /설희관〈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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