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희망도레미’를 아십니까?” 희망도레미(대표 한석규ㆍ64)는 전문직 은퇴자 12명이 시민참여형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뒤 2009년 5월 설립한 비영리 기관(NPO)이다.

저소득층 소액신용대출 컨설팅 해주는
희망도레미 한석규 대표의 인생후반전
은행원 경험 살려 사회적 기업 발돋움
필리핀 공동체서 3년동안 통역 봉사도

희망도레미는 저소득 서민들이 미소금융 등에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자영업 컨설팅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사단법인 ‘신나는조합’과 마이크로 크레디트 업무협약을 맺었다. 희망도레미 회원들은 신나는조합에서 대출받은 전국 150개 영세 자영업체를 매월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영업에 대한 자문과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 ‘희망도레미’ 한석규 대표가 은행 퇴직 후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대상 업종은 음식점, 도소매업소, 학원, 세탁소, 이ㆍ미용원, 편의점 등이다. 수도권 지역의 출장비는 건당 2만 원. 이발소에 가면 머리도 해야 하고, 음식점에서는 밥도 먹어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줄고 대출 원리금 상환율이 높아지는 등 고무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레미는 7월부터 (주)에듀머니의 서울시 ‘희망플러스통장’ 사업에 상담사로 참여한다. 에듀머니는 저소득 가구에게 무료로 금융과 재무 관련 상담을 해 주는 기업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3년 동안 매월 근로소득 중에서 5만~20만 원을 저축하면 서울시 복지재단이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사업이다.

희망도레미 회원은 현재 28명으로 늘어났는데 대기업 CEO, 금융계 임원, 중견기업 사장과 공장장 등을 지낸 사람들이다. 유명 프로야구단의 전 단장도 있고 여성회원도 4명이 활동 중이다. 한 대표는 조흥은행에서 32년 근속한 상무이사 출신이다.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합병된 2003년 퇴직했다.

2년간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를 한 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전원생활도 그려 보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는 2008년 10월 희망제작소가 하나은행의 출연금 100억 원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할 때 전문위원으로 참여, 소액대출 심사를 맡았다. 월급이 60만 원이었으나 은행원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좋았다. 소

액대출에 목말라 하는 서민들이 너무 많았다.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좌절과 허탈을 보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이 사업을 직접 관장함에 따라 얼마 후 다시 ‘백수’가 됐다.

2009년 봄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 수료 후 인생 후반전의 포커스를 금융소외계층에 다시 맞춰 희망도레미를 만든 것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희망제작소가 저와 회원들에게 희망을 제작해 준 셈입니다. 전문직 은퇴자들이 보람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롤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희망도레미의 기본이념은 SANE입니다. 사회봉사(Service)를 기본으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에 적극 참여(Active)해서 발생한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하는 비영리(Non profit)를 추구하며 인생 후반기를 즐거움(Enjoy)으로 채우자는 것이지요.”

그는 2008년 9월부터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가톨릭 봉사단체 ‘필리핀공동체’로 주2회 출근한다. 필리핀 신부와 수녀를 도와 이주노동자들, 한국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통역과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희망도레미! 무지개가 뜨고 피아노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예쁜 이름이다. 희망도레미가 시니어를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서 저소득 취약계층을 한껏 보듬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 본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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