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이런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이 지겹다는 사람이 많으실 텐데, 그래서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여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답( )

퀴즈치고는 너무나 쉬운 유치하기까지 한 문제인데, 사람들은 답을 잘 모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이 온다)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그러나 정답이 ‘가을…’ 하나뿐일까? 여기서 이 문제의 문제가 있다. (선선해진다), (2학기가 된다), (푸른 나뭇잎이 단풍이 들 것이다) 등도 모두 답이 된다.

우리는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걸핏하면 혼동을 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두 말의 정확한 정의는 이렇다. 틀린 것은 옳은 것의 반대이고, 다른 것은 같은 것의 반대이다. 그러나 같다 해서 모두 옳은 것은 아니고 옳다 해서 전부 같지는 않다.

내 생각과 반대의 뜻을 보이면 우리는 ‘다른 점’을 인정해주지 않고 ‘틀렸다’고 말해 버린다. 논쟁에서 가장 정중한 말은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조를 하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의 뜻도 존중하겠습니다.’이다.

누군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저 친구 틀렸다!’, 어떤 식당서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도 ‘이 집 틀렸어!’ 등의 언어습관을 종종 보이는데, 이거 대단히 잘못된 거 아니냐는 것이다.

골프에서 스윙의 폼, 백인백색이다. 아니 스윙을 하면서 동작뿐 아니라 기술 구사하는 것도 열 사람이 모두 다르다(‘틀리다’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면 그건 틀렸다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고수이거나 아니 프로급이라면 어떤 폼이나 방식으로 스윙을 해도 타당한 것으로 여기고 그가 하는 스윙 외적인 것까지 맞는 것으로 알아준다.

아마(하수)와 프로(고수)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있지만, 프로는 맞고 아마는 틀리고로 본다는 것이 문제이다. 둘은 틀리지 않고 다를 뿐인데.

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자.
△ 프로가 시간을 끌면 치밀한 것이어서 옳다고 여기고, 아마추어가 시간을 끌면 느린 것이니 틀렸다고 본다. △ 프로가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재충전을 위해 쉬는 올바른 것이고, 아마추어가 연습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것이어서 틀린 것이다.

△ 프로가 생크를 내면 그도 사람이어서 어쩔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고, 아마추어가 생크를 내면 멍청해서 저러는 것이다. △ 프로가 말을 않고 묵묵히 플레이를 하면 권위가 있는 옳은 태도이고, 아마추어가 말을 않고 플레이를 하면 무미건조해서 무척 재미없는 것이다.

△ 프로가 가만히 서서 망설이면 더 좋은 샷을 구상 중인 것이고, 아마추어가 머뭇거리면 몰라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 프로가 벙커를 정리하지 않고 나오면 빠른 진행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바른 행동이고, 아마가 벙커를 정리하지 않고 나오면 골프의 ㄱ자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무지이다.

△ 프로가 갤러리(뒤 팀이나 앞 팀)에게 말을 건네면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는 의도로 당연한 것이고, 아마가 갤러리에게 말을 거는 것은 방정을 떠는 나쁜 행위이다. △ 프로가 점수가 나쁘게 나온 날은 어쩌다 잘못 치는, 틀림없이 과로한 것이고, 아마가 어쩌다 잘못 쳐서 100을 넘긴 것은 ‘제 실력’이 나온 것이다.

수학에서 1+1이 내가 아는 2가 아니면 틀린 것이지만, 골프에서 내가 아는 스윙이 아니더라도 그건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골프는 과학이기 보다는 예술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