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설계·시공에 개입할 때 발생 소지
대법 “수급인의 정신적피해 알았다면 책임”
계약에 명시됐을 경우엔 수급인 부담 커져

시공된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이 발생함은 당연한 것이다.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주된 관심사는 발생한 하자가 시공상의 하자인지의 여부와 하자보수의 범위 내지는 산정된 하자보수비용이 얼마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하자’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쉽게 정의하면 “공사상의 잘못으로 인한 균열?처짐?비틀림?들뜸?침하?파손?붕괴?누수?누출?작동 또는 기능불량?부착?접지 또는 결선불량?고사 및 입상불량 등이 발생하여 건축물의 기능, 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하자가 발생하면 시공사는 하자가 중요한 경우이거나 중요하지 아니하거나를 불문하고 하자를 보수함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아니하는 한 직접적으로 하자보수를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하자보수에 갈음하여 금전상의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건축물에 발생한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나 도급인의 지시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시공사가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시공사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 또는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고서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책임을 재차 시공사가 부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급인인 시공사가 건설관련 분야에서는 전문가임을 고려한 탓으로 불수 있다.

그러나 건축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인이나 건축주가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 수급인이 이에 대한 배상책임도 진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건축주가 당해 건축물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설계나 시공과정에 관여하는 경우 흔히 발생하고 있고, 실제로 수급인이 하자보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건축주 본인이 받았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막심하다면서 이에 대한 배상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흔한 질문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확한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12798 판결에서는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신축한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이로 인하여 도급인이 받은 정신적 고통은 하자가 보수되거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예외적으로 하자보수나 손해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수급인이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책임이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수급인이 하자보수나 손해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있다는 것과 그러한 점을 수급인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도급인이 입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도대체 하자보수나 손해배상만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정신적 고통이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만만치 않고 더구나 그러한 사정을 수급인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주 예외적이지만 건축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인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까지 인정할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도급인이 신축하고자 하는 건축물에 대하여 개인적인 감정이나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내용으로 명시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하자로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 배상해 주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급인이 건축물에 따라서는 단순히 하자가 있다고 하여 하자보수나 하자보수비용을 청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고통까지 배상할 수 있다는 문구를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에게 건축물의 ‘정상적인’ 완공에 대한 부담은 매우 커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급인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시공과정에서 재료의 선정과 공사방법에 대하여 철저한 간섭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보니 수급인의 입장에서는 하자담보책임을 면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많아질수도 있다.

어쨌거나 건축업자들에게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해서는 도급인들의 법에 대한 무지가 편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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