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US오픈 여자대회’, 사실 우리 희경이 소연이 두 처자들이 다투다가 소연 낭자가 우승을 먹었지만 초기 관심은 좀 달랐다.

대만의 괴물처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청야니가 이것마저 차지해 최연소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우리 선수가 우승을 할 거 같은 생각은 마지막에 들었지만 청야니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니.

청야니가 누구인가! 중국서 3대 후손들까지 팔자를 고칠 돈을 줄 테니, 본토로 국적을 바꾸라 꼬드겨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선수 아닌가. 그만큼 옹골 찬 의식이 있는데다가 실력도 아주 출중하다. 지난번 LPGA챔피언십서 2위모건 프레셀(요 선수도 대단!)에게 10타 차이로 우승했을 때, 모두 경악했었다. 어쩌면 저렇게 공을 잘 칠 수 있을까?

청야니가 방방 뛰는 실력을 보이는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다. 6살 때 맨 처음 골프채를 잡은 이 아가씨, 당시의 골프여제 소렌스탐을 보며 ‘저 아줌마를 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소렌스탐을 머릿속에 늘 넣고 다니며 그 강한 기운을 받았다고 본다. 누구를 목표로 삼는 것은 이렇게 중요하다.

청야니는 2007년 프로로 데뷔하여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이때부터는 아예 더 독한 마음으로 소렌스탐 식 훈련, 연습, 스윙에 몰두했다. 바로 성과가 나타났다. 10대 어린 나이에 우승을 팍팍 먹더니, 벌써 미국 무대서 8승을 거뒀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폼이 가히 여자 로리 매킬로이만 같다.

소렌스탐을 무지 흠모하는 이 소녀골퍼, 2년 전에는 아예 멘토가 살던 집을 사서 거기로 이사를 해서 살고 있다. 소렌스탐은 그 집 20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고, 자주 자기를 따르는 청야니를 훈수해 주고 있다.

한때 소렌스탐 집이었던 청야니 집에는 우승 트로피 진열대가 있고 72개의 트로피(소렌스탐의 우승 수)가 놓여있던 흔적이 있단다. 청야니는 이 진열대를 치우거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며 자기가 딴 트로피로 채우고 있는데, 아직 멀었지만 나중에는 진열대를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기(氣)가 있고, 기를 주거나 받는다고 한다. 이것은 사실 보이지 않는 힘이어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때때로 경이로운 기적을 보인다. 어쨌건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집에 자주 찾아가 강호동이가 내뿜는 이상의 센 기를 받고 오는 모양이다.

왕년의 돌주먹 홍수환의 주먹 씻은 물을 마신다고 펀치가 세지거나 소렌스탐이 살던 집에 산다고 그 실력이 오롯이 전수된다는 과학적 근거야 전혀 없다. 문제는 그 기운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으려는 사람의 적극적이고 간절한 자세가 힘을 만들어주는 거 아닌가 싶다.

아참, 잘못된 ‘기 받기’ 이야기 하나.
고려시대의 충혜왕은 한마디로 색광(色狂)이었는데, 어느 날 어의(대통령 주치의)에게 살 떨리는 제의를 받는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백처녀회춘론’을 어의가 왕에게 속삭인 것. 부국강병을 위한 ‘10만대군 양병설’은 있지만 왕의 건강을 위한 ‘1백처녀 회춘설’은 해괴하기 이를 데 없다. ‘1백일 동안 매일 밤 어린 처녀와 잠자리를 하면 기를 받아 만수무강한다.’라고 한 것.

욕심 많았던 충혜왕은 그대로 행했고… 어떻게 됐을까? 그는 석 달 열흘이 지난 후, 마구 쥐어짠 치약 꼴이 되어 황천의 기를 받고 죽고 말았다.

암튼 우승 뜸했던 우리 여자골프선수들, 서로서로에게 좋은 기를 주고받으며 승수를 쭉쭉 올렸으면 좋겠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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