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억지고집이 끈질깁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놀부 같은 심보 말입니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에어버스 A380 항공기를 독도 상공까지 시험 비행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자국 외교관들에게 탑승 금지령을 내린데 이어 내달 초에는 자민당 의원들이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하여 울릉도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소심하고 안일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다가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게 된다며 대응을 자제해 왔었지요.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독도와 교과서 문제는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경우가 있어도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드러내지 말자”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대사관 차원에서 그러한 방침이 결정됐던 것은 아닙니다. 그 위에는 외교부가 있고, 청와대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 역시 “독도 문제에 대해 조용하게 있다고 해서 왜 대응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그렇게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라고 언급했었습니다.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야 않겠지만 그 결과 지금처럼 엉뚱한 지경까지 이른 것은 아닌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양국간에 독도 갈등은 계속 증폭되어 왔습니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고 후소샤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표현된 것은 전초전이었습니다.

2008년에는 문부성이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했으며, 지난해에는 방위성이 독도가 자기들 고유의 영토라고 방위백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일본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전면전으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VANK)와 독도지킴이로 나선 가수 김장훈 씨의 활동에만 기대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크가 각국의 지도에서 동해와 독도 표기를 바로잡는 동안에도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에 맞대응을 했다가는 당장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쉬쉬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우리 정부를 물렁하게 보고 수시로 뒤통수를 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그나마 이재오 특임장관과 민주당의 정동영 최고위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이 나서서 일본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달 12일에는 국회 특별대책위원회가 독도에서 회의를 연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복 디자이너인 이영희 씨가 8·15 광복절을 기념해 독도에서 한복 패션쇼를 연다고도 합니다.

일본이 우리의 친구 나라이며 선의의 경쟁자이므로 서로 우호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디까지나 상호존중과 신의의 바탕에서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독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일본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지난해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시했건만 그 결과가 과연 이런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태가 악화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지만 상대방이 자꾸 싸움을 걸어오는데도 피하가민 하는 것도 마땅한 방법은 아닙니다. 중국이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 군사 및 무역대응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쿠릴열도에 활주로와 부두를 신설하는 것은 물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방법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회에 독도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대응방안이 제시되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일본의 계속적인 도발로 불씨가 커질 것이라면 우리의 대응도 멈칫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독도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고는 과거사 청산이 불가능하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히 전달돼야 할 것입니다.  /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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