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억이 사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의 종류도 참 많다. 오만 가지 사람들, 별별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것이 인생인데, 희한한 것은 주는 거 없이 미운 사람도 있고, 받는 거 없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 만나면 뭘 해도 잘 되며 밥맛이 팍팍 돌고, 만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 없고 밥 맛 뚝뚝 떨어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재수 있는 사람, 재수 없는 사람 각기 따로 있지 싶다.

‘친구 삼기 어려운 친구’들 10가지 부류가 있다고 하는데, 골프장서도 마찬가지이다.

1. 돈 꿔가고 차일피일 미루다 나중에 ‘그 액수가 아니지!’ 심지어 ‘내가 언제 돈 꿨냐?’며 오리발 내미는→ (골)다음 홀서 돈 준다 하고선 두어 홀 지나서 “아까 줬잖아?!” 하는 자.

2. 식당서 밥 먹을 때, 자기가 계산하는 경우엔 엄청나게 싼 거, 상대가 계산할 상황이면 사정없이 비싼 거 시키는→ (골)다른 사람이 식사비용 내주는 라운드나 1/N할 때는 마구 먹어대는 자.

3. ‘저녁에 밥 먹고 얘기 좀 하자’면 될 것을 ‘이브닝 미팅 후 디너하고 디스커션 하자’고 늘 혀를 출렁거리며 비즈니스, 스케줄에 대해 토킹 어바웃 하는→ (골)골프함서 영어 안 쓸 수 없다. 그러나 엉터리 영어인 ‘빠따 라이’(퍼트 라인), ‘라운딩’(라운드), ‘숏홀’(파3홀), ‘롱게’(롱기스트 또는 장타)...를 쓰는 무지를 보이거나 우리 말 버젓이 있는 것도 영어로만 하려는 자.

4. 친하지도 않으면서 유명연예인, 스포츠스타, 정치인, 법조인… 얘기만 나오면 사돈네 팔촌까지 들먹이며 절친인 척 하는 자→ (골)과거에 장동건이나 최경주, 손학규(이 양반 골프 안함), 아무개 부장판사… 랑 수도 없이 골프를 했다고 하는 자.

5. 약속시간 때마다 단골로 지각하며 항상 20m 앞에서 뛰고 숨을 할딱거리며 시계 쳐다보고 들어오는→ (골)마지막까지 애 태우다가 포기하고 그냥 나가면, 꼭 두어 홀 지나 카트 타고 나타나는 자.

6. 노래방에서 대여섯 곡 음정박자가사 틀려가며 2절까지 부르다가 박수유도 하고 남에게는 노래시켜 놓고 딴 짓하는→ (골)자기 맘대로 멀리건 쓰고 그때 잘 맞은 공 ‘굿샷!’ 외쳐 달라 강요하고, 남의 굿샷에는 쳐다보지도 않는 자.

7. 두 번째 만난 사이인데 돈 꿔달라거나 동업하자고 하는→ (골)처음이나 두 번째 만나 하는 라운드 때, 캐디피 대신 내달라거나(말은 빌려달라고), 아예 그린피까지 덮어씌우려는 자.

8. 30년 만에 처음 나간 동창회에서   대뜸 ‘이 자식, 저 놈!’ 하며 머리를 마구 치는→ (골)언제 라운드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한데, 반말 찍찍 하며 ‘야, 그동안 좀 늘었냐?’ 어쩌고 하는 자.

9. 듣도 보도 못한 대학에서 딴 박사 갖고 항상 전문용어 섞어가며 느끼한 말투로 가르치려 하고, 관심도 없는 사안을 강의식으로 말하는→ (골)그쪽이나 이쪽이나 비슷한 실력인데, 매 샷마다 원치도 않는 레슨하고, 특정종교나 특정정당을 엄청 욕하는 자.

10. 예쁜 여자만 보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는 남자, 멋진 남자만 보면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내려가고 코맹맹이 소리 하는 여자→ (골)이건 캐디랑 데이트를 나왔는지 계속 껄떡대고, 앞 뒤 팀에 여자 있으면 침 질질 흘리는 놈. 괜찮은 남자다 싶으면 ‘공 건네 달라’, ‘경사 읽어 달라’며 접근하고, 가방에서 쵸콜렛이나 과일 꺼내 주면서 예쁨 떠는 X.

근데, 혹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구 되기 싫은 친구’는 아닌지 먼저 돌아볼 일!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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