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진으로 일본 건설업계도 불황 심화
한국 저돌성·일본 장인정신이 합치면 막강 
선단식 컨소시엄으로 해외 시장 개척해야

일본건설은 지금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80년대 말부터 잃어버린 20년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만큼 내수시장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 놓았던 이익잉여금도 바닥 난지 오래다.

다만 내수시장에서 한가닥 희망을 갖게 만든 게 3·11 동북부 대지진 피해 복구사업 재개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복구사업으로 인해 3년 동안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었던 기억을 가진 일본 건설업계로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고베지진에 비해 피해액과 피해면적도 2배 이상 크기 때문에 상당한 물량이 쏟아지리라는 기대다.

얼어붙은 것은 내수시장만도 아니다. 일본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더욱 위축되어 있다. 한국업체들이 사상 최대 수주액을 기록했던 작년 일본업체들의 신규 수주액은 전성기에 비해 1/1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본건설업체들의 장점으로 이해했던 상당수가 지금은 정반대로 일본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자조적 비판도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생산구조는 발주자로부터 원청자, 하도급자 등 수직체계가 협력업체라는 명분으로 상호간 신뢰로 역할분담이 유지되어 왔다. 신뢰와 역할분담은 언제나 적정한 대가가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발주자가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원청자는 사내 이익금마저 바닥이 나면서 하도급자에게 적정한 대가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도급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다단계 하도급, 즉 전통적인 협력관계가 아닌 손실전가 목적의 다단계 계약이 광범위해졌다. 자연스럽게 품질과 안전, 공사 마무리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수직관계에 극히 순종적이었던 일본업체들도 손실이 보상되지 않은 상황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본건설에서도 법정 다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업체들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본기술자들이 가진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 충성도는 기본적으로 평생직장을 보장해 주는데서 부터 출발된 것이다. 평균 63~65세까지는 고용을 보장해주었다.

그러나 자금난에 봉착된 일본업체들도 지금은 60세 이상, 심지어 50대 후반은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 고용이란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평생직장에 익숙했던 기술자들이 무기력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지금은 어려운 상황에 내 몰린 일본회사와 기술자들이지만 필자 시각에는 여전히 상당한 저력과 역량을 지니고 있는 게 일본건설이다. 일본건설이 가진 장점을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협력할 경우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도움을 끌어 낼 수 있다.

일본 기술자들이 가진 장인정신과 기술의 완성도는 세계 어느 기술자들보다 높다. 사업 초기 기술지도와 공사 완성단계에서 마무리 점검에 활용할 경우 품질을 높이고 하자를 없애는 장점이 있다. 중간의 생산과정은 국내업체들이 뛰어난 기술적응력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한·일업체간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장점만을 극대화시키는 구상이다.

일본 전문건설업체 중에는 장비와 기술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많다. 일거리가 없는 업체들의 유휴장비와 기술자를 해외시장에 투입 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공사업체의 경우 일본 기술과 장비, 기술인력이 가진 핵심역량을 접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된다.

한국업체와 기술자들은 사업을 기획하고 또 저돌적인 공격성을 띈 사업 수주를, 일본으로부터 공법과 마무리에서 힘을 받게 될 경우 비용을 낮추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새로운 글로벌 방식을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양국간 프로젝트베이스 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해외건설시장을 겨냥한 선단식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프랑스나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해외사업만을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컨소시엄을 통한 선단식 진출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한·일 양국의 경우 단일 국가가 아닌 양국간 다국적 선단식 페이퍼컴퍼니를 구상해 볼 적기가 되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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