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일상화 시대에 인식 전환 필요
치수·환경 각분야 전문가들 모여 팀구성
의견차 조율해 백년대계의 하천관리해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반복되는 이슈가 “하천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제기된 문제에 대한 개선안이 현재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우리가 만족하지 못할 상황이 곧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갖가지 개선노력이 있었음에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만족스러운 개선안을 여태까지 찾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다. 사실 시ㆍ공간적 상황변화나 하천이 갖고 있는 다면성 문제의 실체에 대한 이해에 있어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누군가가 이제 이상기후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라고 하였다. 1년 동안 내릴 비의 1/3이 하루에 내리는 경우가 이제는 허다한 상황에서 이 말은 충분히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이러한 기상변화 역시 우리나라의 수문특성이라고 받아들이고 조속히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천관리의 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하천은 자연의 일부로 건천화처럼 가뭄으로 물이 마르거나 또는 홍수처럼 물이 넘쳐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대규모 도시개발 등 주변 환경이 변하면 그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해 간다. 하천의 홍수, 가뭄, 생태계 등의 현상들은 서로 어우러져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치수면 치수, 생태면 생태 등 어느 한면에만 초점을 두고 대안을 마련하여 왔다.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란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장님이 전체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경험한 부분적인 내용만으로 전체를 정의하며 주장하는 오류에 빠진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 하에서 장님이 타인의 말을 믿고 이들의 경험을 사실로서 믿고 조합해서 그렸다면, 긴 코에 벽과 같은 몸체를 지니고 기둥 같은 다리를 갖고 있는 코끼리의 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하천관리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다면적인 접근방식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

자연물이자 스스로 적응해가는 하천의 미래모습을 완벽히 알 수 있는 이는 조물주뿐이다. 인간은 단지 지난 경험과 그를 토대로 발전시켜온 지식과 기술로 ‘코끼리의 코’로 접근했던지, ‘몸통’으로 접근했던지 아니면 ‘다리’로 접근했던지 간에 각 분야의 현재의 기술로 ‘코끼리의 본 모습’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조물주가 알고 있는 완벽한 답을 발견하는 것은 단지 이상일 뿐이다. 그러나 하천분야에서 각 분야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여 답을 찾고자 한다면 ‘완벽한 답’은 아닐지언정 그에 수렴하는 근삿값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제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목적 지향적 체계가 보편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치수사업’이라는 벽돌위에 ‘환경개선’이라는 벽돌을 따로 쌓는 것이 아니라 벽돌을 제작할 때부터 ‘치수목적과 환경개선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의미 그대로의 ‘융ㆍ복합 벽돌’을 만들어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천관련 모든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각 분야전문가가 함께 할 수 있는 팀 구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하천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하천 치수전문가들은 생태환경을 우려하는 환경전문가들을 배부른 몽상가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생태환경전문가들이 치수전문가들을 무분별한 개발 사업가로 매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코끼리는 벽처럼 생겼다”, “코끼리는 기둥처럼 생겼다”라고 주장하며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장님들의 싸움일 뿐이다. 아마도 조물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일천한 지식이 모든 것인 양 싸우고 있는 인간들을 한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소모성 논쟁은 아무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바라는 것은 하천을 올바르게 관리하자는 것인데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하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가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서로가 보완해주며 공동목표를 향해 조금이라도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변해가는 지구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하천을 안전하고, 맑고 깨끗하게 가꾸어 그 안에서 우리 후손들이 풍부한 자연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입장과 관점이 다를지라도 하천관리를 바라보는 목표는 같을 것이다. 모두가 바라는 하천으로 관리해 나가자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다.

이제는 하천관리자나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의 견해차를 이해하려 좀 더 노력하고, 협력하여 100년 후를 바라보는 하천관리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우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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