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김 작가의 골프실력이 궁금하신가?

200야드 파3홀을 7번 아이언으로 때린다...아니, 때린 적이 있다. 사실 이 정도이면 가히 PGA에서도 통할 거리인데, 놀라거나 기죽진 마시라.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일. 작년 아프리카 케냐의 한 골프장, 동반자의 권유대로 7번을 뽑았더니 그대로 올라갔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곳이 해발이 2000여 미터 정도에 이른 곳이고 거기다 살짝 내리막이기도 했다.

미 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해발 1600m에 이르는 고지대이어서 공이 저항을 덜 받아 홈런이 다량 양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해발 1200m에 자리 잡은 코스가 있는데, 강원도 정선 하이원CC이다. 한국의 대표 장타자 김대현이 351미터짜리 파4홀에서 거의 1온에 가깝게 쳤다. 대략 360야드 이상을 때린 것.

‘골프, 거리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들은 하지만 솔직히 거리 나는 사람 무지 부럽다. 정확도가 따라와 줘야 점수가 나는 거지만 1차적으로 거리가 관건인건 누구도 부정 못하는 사실이기에.

대기업 ‘한화’는 스포츠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골프팀과 야구팀에도 장타자들이 있다. 골프는 지난번에 <2011US여자오픈> 챔피언을 덜컥 먹은 유소연이고 야구는 홈런타자 카림 가르시아이다.

그런데 둘의 장타 대결에서 누가 이겼을 것 같은가? 이미 기사를 통했거나 직접 방송을 보셨겠지만, 유소연이가 670대 0으로 완승을 했다. 어떻게 된 건지 고개가 갸웃거려질 것이다.

작은 바람에도 살랑대는 버드나무 줄기 같은 팔을 가진 유소연이와 전봇대라도 휘두를 것 같은 무쇠팔 가르시아와의 드라이버 샷 대결에서 분명히 연약한 아가씨 유소연이가 이겼다. 가르시아가 여자라고 봐준 것도 아니고 본인은 있는 힘껏 다 쳤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르시아가 아직 골프를 못 배워서? 아니다. 당시 적용한 룰을 설명하겠다. 두 사람이 각기 세 번씩 쳐서 보낸 거리를 합산키로 했다.

그런데, 볼이 페어웨이에 정확히 떨어져야만 거리를 인정받지, 러프에 들어가면 나간 거리의 3분의 2만 유효, OB가 나면 0점 처리키로 한 것. 유소연이도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세 번을 갈겼는데, 처음 것이 250야드 정도 나갔으나 러프지역이어서 168야드, 나머지는 페어웨이에 252야드, 250야드에 안착시켜 합계점수가 670점. 가르시아도 연습 샷에서 무려 310야드를 때렸다.

그러나 막상 진짜 게임서는 3방을 300야드 이상 팡팡 보내긴 했으나 문제는 모두 OB로 빵점이 되고 만 것. 스윙은 결코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일깨워줬다.

2011년 여름을 달군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역시 예상 밖 기록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아는 대로라면 해보지도 말고 장대높이의 이신바예바나 100미터의 볼트에게 금메달을 걸어줘야 했는데, 둘 다 꽝이 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거리가 많이 나는 골퍼가 당연히 실력도 좋을 줄 알고, 힘이 세면 어떤 운동이든 잘할 거라 미리 짐작을 한다. 그래서 빤한 걸 왜 해보느냐고 하는데, 그러지 않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던가. 건강 과신하던 사람이 약골보다 먼저 쓰러지는 일도 있고, 돈 많다고 모든 일이 다 되는 것도 아니고, 후발주자가 선발을 앞서는 경우도 있으니… 길고 짧은 건 꼭 재보자.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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