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동호모임 ‘한사모’ 대표 함수곤 씨
회원들과 3년째 대한민국 U자 걷기운동
주말에는 10여㎞ 2시간 30분 동안 걸어
2013년 파주 임진각 골인하면 외국으로

제2의 삶을 보람 있게 사는 고령자들이 많다. 교육공무원 출신인 함수곤 씨(71)는 인터넷 뉴스레터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를 운영하며 걷기운동으로 행복지수를 높이고 있다. 함 씨는 교육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한국교원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은퇴했다.

그의 인생 2모작은 홈페이지에 뉴스레터를 매일 올리고 주말이면 무조건 걸으면서 시작됐다. 현재 1471호를 기록한 ‘한밤의…’는 처음 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냈고, 그 후에는 일주일에 두 편씩 발송하고 있다.

2008년 월간 ‘신문과방송’이 선정한 ‘인기 누리는 뉴스레터’에도 뽑혔다. 뉴스레터를 통해 여생의 길동무가 하나둘 생기면서 ‘한밤의 사진 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회원도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07년 1월 함 씨 등 4명이 시작한 주말 걷기가 지난 9일로 217회를 기록했다. 이날 56명이 낙성대~관악산 입구~봉천동에 이르는 10여 ㎞를 2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한사모는 2007년 10월 제주도를 일주했고 이듬해 가을에는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한일 공동 주말 걷기 교류행사를 했다.

60~70대가 주축인 한사모는 이렇게 건강을 다져 봄과 가을에 일주일씩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1500㎞를 행군하는 대한민국 U자 걷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 4월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한 U자 걷기는 구간별로 130~150㎞씩 걸어 지난 4월 전남 영광까지 7구간을 마쳤다.

◇한사모 대표 함수곤 씨가 주말 걷기 행사 후 회원들과 뒤풀이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장장 1000㎞에 발자취를 남겨 동해의 일출이 서해의 노을로 바뀐 것이다. 회원 55명은 오는 31일 영광에서 군산까지 8구간 138㎞를 일주일간 걷는다. 2013년 4월 임진각에 골인하면 야외무대에서 완주기념 콘서트를 열고 사진전시회도 개최한다.

한사모는 행사 때마다 주황색 파카를 똑같이 입고 선두에 태극기를 앞세운다. 이들은 걷기 행사의 모든 과정을 소책자와 보고서로 남기고 있다. 함 씨는 “회원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우리끼리 한사모 가입이 여섯 번째 복이고 U자 걷기가 7 복이라며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 배움, 만남의 세 가지 목표 아래 관심, 배려, 사랑을 덕목으로 함께 걷는다”고 덧붙였다. 한사모는 세계걷기운동본부가 내달 11일 서울 청계천에서 개최하는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일본·영국·미국 등으로 원정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한사모에는 25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이 있다.

2009년 11월 창단 후 동요잔치와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동요집 ‘아름다운 동요, 그리운 노래’도 만들었다. 행사를 마치면 ‘할미꽃…’의 반주에 맞춰 동요를 함께 부르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함 씨는 교육부 장학편수관실에서만 18년 봉직하고 편수국장까지 지냈다.

그는 “몇 해 전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고향의 봄’ ‘반달’ 같은 주옥같은 동요가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좋은 동요와 동시는 어린이 정서함양에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직후 부인과 같이 서울에서 전주까지 240㎞를 도보여행했다. 이때 몸은 고되지만, 정신적으로 가득 채워지던 충만감을 잊을 수 없어 워킹 마니아가 됐다.

6·25 때 열 살이던 함 씨. 부모를 따라간 피란길을 60년 만에 다시 걸으면서 새로운 감회를 느꼈다. 대한민국 U자 걷기는 한걸음, 한걸음에 꿈과 소망이 담겨 있다. 우리 땅의 소중함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U자 끝이 이어지는 통일도 기원한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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