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들 중 전기설비업 26% 차지
공공보다 민간공사 주력… 저가경쟁 자제
한국도 기술 바탕 해외시장서 승부해야

미국이 연간 건설공사에 투자하는 금액은 약 9000억달러 내외다. 이 중에서 400대 종합건설업체가 소화하는 물량이 약 32%다. 미국의 면허 혹은 등록체계는 한국과 다르고 50개 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만 일반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 면허를 구분하는 주는 있지만 업역에 칸막이를 두지 않는 것은 공통적이다. 전문공사업의 경우 한국은 29개 전문공사업 등록 규정을 따로 명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아예 등록 규정을 하지 않는 주가 있는 반면 68개까지 전문공사업 종류를 명시한 주도 있다.

미국의 건설시장은 건축공사 비중이 약 50% 정도에 이를 정도로 높다. 다음은 석유 및 발전플랜트 시장이 약 25% 내외다. 전통적인 토목시장에 해당하는 교통시설부문은 약 14% 내외로 3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건설시장은 공공보다 민간부문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건설전문지가 매해 10월에 매출액 기준으로 600대 전문공사업체를 선정 발표한다. 금년에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미국 전문 업체들의 개황을 살펴본다.

미국에서 주택·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당연히 시장의 비중이 높은 건축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로 인해 전문공사업체들의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는 응답률이 70%에 가깝게 나타났다. 600대 전문공사업체들이 미국 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1%에 해당하는 725억달러(한화 약 87조원)다.

600대 전문공사업체 분류를 약 15개 군으로 나눠 매년 순위를 매기는 데, 전기설비공사업 비중이 26%로 가장 높다. 다음은 기계설비공사업으로 22.3%, 콘크리트공사업 6.5%, 상·하수도공사업 5.7%다. 전문공사업체들의 주력시장은 미국 내 시장 비중과 맥을 같이 한다. 즉, 건축부문이 50%에 가깝고 플랜트 비중이 약 20%다. 교통시설부문은 약 7%다.

극심한 불황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전문공사업체들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500억달러 교통시설투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미국 내 민간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약 1조80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공사업체들은 이 자금이 주택·부동산 및 플랜트설비에 투자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간자본이 시장으로 유입되기 위해 경제에 대한 불투명성이 사라지고 정부가 민간 투자자본에 대한 세제혜택 정책을 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즉, 공공재정에 대한 기대보다 민간자본 유입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큰 셈이다.

미국의 전문공사업체들이 겪는 고통은 우선 질(質) 아니면 양(量)을 선택해야 하는 데 있다. 여기서 양이란 저가 경쟁으로 우선 물량을 확보하는 선택이다.

그런데 시장이 침체될수록 발주기관 및 원도급자들이 요구하는 재무건전성은 더욱 높아지고, 또 보증기관의 심사가 더 엄격해져 저가로 수주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자체도 어렵다고 한다. 저가경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불황 타개책으로 전문공사업체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전문공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단기 전망이 좋은 부문은 오히려 인수·합병하는 전략으로 회복기를 대비해 전문공사업 부문을 다각화시키는 기업도 있다.
회복기를 대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을 하는 업체도 많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장제작 및 현장 내 사전조립공장 설치 등 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부문을 최소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새로운 기술개발로 기존 건물의 에너지 저감을 위한 설비개선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기업군도 나타난다.

미국의 전문공사업체와 1:1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시사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국내 29개 전문공사업 중 철콘업체의 비중이 20% 정도로 가장 높고 이어 설비와 토공이 뒤를 잇지만 민간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 비중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전문공사업체 중 해외시장을 경험한 업체 비중은 7%지만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업체는 2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내수시장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해외시장을 기업 생존의 버팀목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독자적인 소화 능력을 가져 단독 진출보다 내수시장에서와 같은 협력업체로 나가겠다는 비중이 약 87%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해외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정책과 더불어 건설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인해 최소 2~3년간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공사업체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선택이 아닌 필수시장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생산성을 혁신시키는 기술개발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 경쟁을 기술력으로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해외시장에서 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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