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토지문화관서 열린 박경리 문학제
문학과 환경포럼 통해 고인의 유지새겨
제1회 박경리문학상에 소설가 최인훈씨
금난새 지휘 오케스트라 기념 음악회도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적 업적과 생명사상 등 문화적 유산을 공유하기 위한 2011 박경리문학제가 최근 원주에서 열렸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이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문학제는 지난달 17일 박경리문장전을 시작으로 2주 동안 계속됐다.

28~29일에는 문학포럼, 환경포럼, 제1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 기념음악회 등이 토지문화관, 박경리문학공원 등에서 풍성하게 펼쳐졌다.


하이라이트는 고인의 사저 옆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문학 및 환경포럼이었다. ‘전쟁체험과 박경리문학’을 주제로 한 문학포럼은 소설 ‘토지’는 물론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표류도’ 등에 나타난 한국전쟁의 비극과 박경리 문학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자리였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씨는 기조발제를 통해 “고인은 한국전쟁을 체험하면서 인생의 밑바닥과 삶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평화주의를 신봉하는 인물들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가”라고 말했다.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문학포럼장 앞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소설가 오정희 씨는 초청강연에서 “선생님은 정직성과 치열성이라는 두 개의 축에 당신의 삶과 문학을 세우고 이 모든 것들이 자비와 연민으로 완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물과 인간,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로 열린 환경포럼은 생명자원인 물을 인문학·경제학·자연과학적 관점에서 논의했다. 노수홍 연세대 교수는 ‘청계천이 다시 흐르기까지’ 주제의 발표를 통해 박경리 선생과 청계천 복원사업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1996년 캐나다 오타와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도심을 흐르는 리도 운하를 보고 청계천 복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년 뒤 자신과 학자들의 기술적 이론에 박경리 선생이 사상을 불어넣고 생명운동 차원에서 복원의 당위성을 주창하면서 공론화에 앞장섰다고 소개했다.

김시천 인제대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물을 닮았다’ 주제의 발표에서 노자의 도덕경 제8장의 화두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설명하고, 오늘날에도 물은 그저 흐를 뿐이므로 치수(治水)는 치인(治人)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제1회 박경리문학상은 소설가 최인훈 씨(75)가 받았는데 상금이 1억 5000만 원으로 국내 문학상 가운데 가장 많다. 이 상은 내년부터 외국 작가들에도 문호가 개방된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기념음악회는 금난새 씨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바리톤 서정학 씨가 협연했다. 오케스트라는 로시니의 서곡과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등을 연주했다.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금 씨는 연주 중간마다 작품을 재미있게 해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을 즐겁게 했다. 대부분의 행사에는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 이사장과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참석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있는 토지문화관은 1999년 개관했으며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세미나실과 집필실, 숙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문학 강좌를 열고 유망작가의 창작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고인이 1980년 서울에서 이주해 살던 원주시 단구동의 옛집이 1989년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되자 문화예술계의 건의로 1999년 공원화한 곳이다.

옛집과 정원, 집필실 등을 원형대로 보존했으며 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평사리 마당, 홍이동산, 용두레벌 등 3개의 테마공원도 있다. 토지문화관 옆 수많은 장독을 보면서 올라간 고인의 사저는 늦가을 단풍과 햇살 속에 고즈넉했다. 고인이 생전에 돌밭에서 갈퀴 손이 될 때까지 돌들을 캐내 손수 쌓았다는 담장을 지나 밭으로 가니 배추와 무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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