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가르치는 프로 말고도 다른 걸 가르쳐 밥 먹는 사람이 있다. 미국 경영컨설턴트 빌 스토러는 주위 사람들에게 골프로 비즈니스 하는 법을 훈수하다가 아예 ‘비즈니스골프전략’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 사람 불러서 비즈니스골프 잘하는 요령 배우려면 큰 돈 들여야 하니 이 김 작가가 대신 해드리겠다. 우리나라만 이른바 ‘접대골프’가 있는 줄 알면 오산이다. 골프가 사업을 도와주는 최고의 도구라는 건 전세계 사람들이 다 공감하는 바이다.

비즈니스골프란 중요한 사업 파트너와의 라운드를 말하지만 꼭 비즈니스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골프를 빼면 이야기가 안 된다.

저 유명한 3당합당, 1990년 집권당 민정당과 제2야당 통일민주당, 제3야당 신민주공화당이 통합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일도 각 당의 참모들이 골프회동서 결정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러니 골프가 운동 아닌 다른 것에도 어찌 아니 유효하겠는가!

앞서의 빌 스토러는 비즈니스골프 잘하는 8가지 방법을 설파했는데, 그걸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고 두 가지를 더해 ‘10계명’으로 만들어보았다.

첫째 계율은 뭐니 해도 ‘현명하게 파트너를 고르기’이다. 그 회사 말단사원이나 대표의 운전기사와 백번을 치는 것보다 결정권자와 단 1회의 파트너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

둘째는 ‘져주지도, 이기지도 말라’는 것이다. 무승부 비슷한 것이 좋다. 진행과정에서 팽팽한 게임이 되도록 해야지, 의도적으로 져 주는 것은 파트너가 빈정 상할 수 있다. 반대로 묵사발을 내는 건 더욱 곤란.

셋째,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 유능한 약장수는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물건을 꺼내지 않던가. 5번 홀 이전과 15번 홀 이후엔 사업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을 듯.

넷째, ‘늑장 플레이는 금물’. 내 시간을 단축해서 상대에게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린 위에서 측량사처럼 시간을 끌며 라인을 읽어선 안 된다.

다섯째 계율은 ‘파트너가 하자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붕어를 잡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쵸콜렛보다 붕어가 좋아하는 지렁이를 줘야 한다. 내기도 룰도 파트너에게 우선권을 주라.

여섯째, ‘불필요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것. 음주골프 했다고 경찰이 나타나 측정기 불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늘집서 술을 팍팍 마시면 얕본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또 공도 어디 제대로 맞던가.

일곱째,  ‘에티켓을 지키라’는 것이다.
아무리 스코어가 좋아도 디봇 수선 않고, 벙커샷 뒤 모래를 정리 안 하고, 퍼팅 때 딴 데 보면서 떠들거나 컨시드 주었는데도 볼을 집어 들지 않고 계속 퍼팅을 하면, 직접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왠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여덟째, ‘룰 숙지’이다. 상대를 봐준다고 룰을 아무렇게나 적용해버리는 것도 좋지 않다. ‘이러이러 하지만 한번만 봐 준다’등의 룰지식이 있어야 한다.

아홉째, ‘다양한 주제의 대화’이다. 라운드 때 골프 이야기만 늘어놔서도 안 된다. 상대가 과묵한 걸 좋아하면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다른 취미가 뭔지 미리 파악한 뒤 그가 선호하는 화제를 꺼낸다.

열째, 이거 무지 중요하다. ‘20홀에 신경 쓰라!’이다. 샤워 끝나고 식당으로 가서 맛있는 식사에 한 잔 하는 19홀은 알겠는데, 20홀이라니~?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그러나 골프는 19홀에서 끝나지 않는다. 헤어지고 난 뒤, 함께 했던 즐거움을 이메일로 보내거나 상대에게 부족했던 볼 등 간단한 용품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20홀이다. 잘 하는 골프 1라운드, 10번의 룸살롱 양주보다 훠얼 낫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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