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바람 불고 가을에는 달 밝고 겨울에는 눈 내리니 마음만 비우면 언제나 좋은 시절」

서해바다 염전을 메워 만든 81홀 대형 골프장 군산cc의 클럽하우스 벽면에 붙어있는 ‘시’이다. 4계절이 모두 좋은데 다만 ‘마음을 비워야’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했다.

어디 골프뿐이랴. 마음을 비워야 정신이 맑아지고, 기술도 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 비우기’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비워지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게 마음 비우기일까? ‘드라이버 안 맞으면 아이언 잘 때리면 되고, 아이언 안 맞으면 어프로치로 잘 때리면 되고, 어프로치 안 맞으면 퍼터 잘 때리면 되고, 퍼터 잘 안 맞으면... 다음 홀에서 버디하면 되고.’

그러나 ‘마음 비우기’의 진정한 의미를 확실한 감과 피부로 느끼기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의미를 깨달았다 해서 곧바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으로만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음을 비우는 경지에 도달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훌륭한 명상가나 철학자들도 다년간에 걸친 수련을 통해 겨우 체득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의식에 의해 잠시 얻어지는 것이라면 마음은 곧 잡념으로 채워진다. 또한 상황에 따라 마음이 비워지기도 하고 비워지지 않기도 하는 것이라 무심(無心), 마음 비우기의 상태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마음을 잘 비워서 경기가 잘 풀려 3라운드까지 1위가 되었다는 유명 선수가 최종라운드에서 맥없이 무참하게 패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자, 말 나온 김에 골프에서 마음비우기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다시 생각해보자.
필드에서 누구든 당연히 ‘멋있는 샷과 퍼팅을 해야지!’라는 감정에 빠진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을 억누르는 것 같다. 그 집착이나 자잘한 생각들에서 빨리 벗어나 그저 주어진 상황에 자신을 젖어 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마음 비우기’는 어려운데, 샷이나 퍼팅을 하면서 ‘꼭 이래야 되는데, 꼭 저래야 되는데’하는 압박감을 버리고 ‘이러면 되겠지, 저러면 될 거야.’라는 긍정적 생각을 갖는 게 필요하단다. 산란한 마음과 긴장을 어찌 떨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자신을 옭아매는 마음이 있으면 경기에서 실제 자신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골프에 임하면서 ‘혹시 슬라이스나 훅이 나지 않을까?’, ‘페어웨이의 가운데로 똑바로 가야 되는데’, ‘버디를 해서 한 몫 챙겨야지!’ 등의 걱정과 결심은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샷을 앞둔 상황에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연습장이나 아니면 골프장에 도착해 연습스윙을 하면서 잠시 해보고 대비책을 강구하다가 뾰족한 수가 없으면 이 모든 생각들을 접어야 ‘무심(無心)’에 들어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골프가 잘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자 이 김 작가의 주장이기도 하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을 더 외워보자.
“드라이버 안 되면 아이언 그것도 안 되면 퍼트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다음 홀에서 버디, 다음 홀에서 버디 못 하면 그 다음 홀서 이글하면 되고, 그 다음 홀서 이글 못하면 다음 홀서 홀인원 하면 되고, 홀인원 안 나오면 다음 라운드 때 뭔가가 있겠지 뭐!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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