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은 숲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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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은 숲을 좋아한다’
  • 김재화
  • 승인 2011.12.1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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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따져 볼은 플레이어의 소망을 들어주는 횟수보다 무시해 버리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볼이 주인 마음을 그대로 읽어서 주인 가고픈 곳을 가주는 능력은 없는 걸까?

없다. 볼에 그 어떤 과학적 장치를 한다 해도 주문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지능형 볼은 나오지 못할 것이고 또 그런 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김유신은 아주 뛰어난 장수이고 그의 말은 명마이다. 눈치 빠른 운전기사가 자기 주인에게 갈 곳을 묻지 않고 알아서 가는 것처럼 김유신의 말도 그가 가고 싶은 곳을 척척 갔다. 전세계를 통해 그토록 영리한 말은 없었던 것 같다. 늘 주인이 가고 싶은 곳으로 오토매틱으로 갔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 말이 ‘오늘도 우리 장군님은 천관녀의 집으로 가겠지’ 하고, 곧장 호스티스 천관녀가 근무하는 룸살롱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 김유신은 기방에서 발을 끊으려 했던 중이다. 해서 자기가 마상에서 조는 사이 엉뚱한 곳으로 간 충직한 말을 베고 만다.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 김유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치는 방법과 기술은 따지지 않고 이 공이 이 방향으로 갔으면 하고 마음으로만 바란다. 그러나 공이 그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초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볼은 늘 내가 생각한 지점을 벗어나는 배신을 때리고 만다.

볼이 좋아하는 곳은 밝고 건전한 페어웨이 한복판이 아닌 ‘음란’하게 여겨지는 숲속이다. 숲속에서도 깊은 방인 러프에 숨기 마련이다. 골프공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작심하고 집 나간 바람난 여자처럼 종적을 찾기 힘들다. 꽁꽁 숨어서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치명적 점수가 나온다. 오비이거나 분실구이거나 무조건 2벌타를 받지 않은가.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밖으로 안전하게 빼내는 샷을 하기는 어렵다. 잘 나오지 않고 나무를 때리고 풀 속에 더욱 깊게 박히고 만다.

이럴 때 골퍼는 양심과 현실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숲속에 내 공 말고 다른 공들이 있어서 유혹에 시달린다. 숲속 러프에는 ‘고맙게도’ 또는 ‘비극적이게도’ 다른 공이 있다.

숲의 숨은 지점 근처에서 “아, 여기 있구나!”라고 외치면서 칠 볼이 있다. 그런데 아, 그 볼은 2,3년 전에는 흰색 공이었다가 비바람과 눈을 맞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가 누런 칼라볼로 변한 전혀 다른 공이다.

온 국민을 즐겁게 해줬던 고 이주일 씨. 그가 생전에 동년배 코미디언 남 아무개 씨와 함께 라운드를 했다. 그런데 남 아무개의 공이 숲 속, 그것도 러프 속으로 들어가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그는 숲속에서 한참을 꼼지락 거리더니 “찾았다!”고 큰 소리로 외치며 공을 쳐내는 것이 아닌가. 페어웨이에 떨어진 남 아무개의 공을 보며 이주일이 말했다. “숲 속서 밖으로 나오는 동안 공이 주름이 잡히고 피부가 누렇게 뜨도록 늙고 말았네! ㅋㅋ!” 남 아무개의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는 얘기.

정리를 하자. 기생집으로 가기 좋아하던 애마를 과감히 참한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도 엉큼하게 숲만 찾는 공은 과감히 버리자. 볼 하나에 짜장면 한 그릇 값이라는 거 잘 안다. 자꾸 공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가다 보면 뱀에 물리거나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다른 공을 치고 싶은(심지어는 들고 간 공으로 알을 까고 싶은)충동도 인다.

공이 숲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교육을 잘 시키자는 이야기!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김재화]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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