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용수 등 상이 땐 설계변경 법적 가능
설계변경 범위의 정도가 클 경우 분쟁소지
우선시공 시엔 감리보고서 등 자료 확보를

건설공사에서 발주할 당시의 설계내역은 대부분 유형화되어 있어서 실제 공사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에 속한다.

수급업체의 대부분 또한 설계내역과 공사가 이루어질 현장상황이 상이함을 사전답사를 통하여 어느정도 이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추후 설계변경을 예상하고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사현장이 당초의 설계내역과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 공사를 착수하는 과정에서 수급업자나 발주처가 예상한 범위를 넘어서 현장상황이 당초의 설계내역과는 모든 여건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섬(島嶼)’공사의 경우 공사자재 하역현장이 미비되어 있어 자재운반상의 비용이 증가될 수 있고, 가설사무소를 설치함에 있어 공사현장에서의 장소가 협소하여 원거리에 두게 되는 경우 공사현장과 가설사무소 운영을 위한 별도의 발전시설이 필요하게 되며, 공사현장에서의 용수공급을 위한 지하수 개발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지표수의 개발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추후 과거와 같이 발주처 및 책임감리와 순조롭게(?) 협의가 되어 공사비가 추가적으로 증가될 부분에 대하여 충분히 설계변경이 이루질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워낙 필요한 설계변경의 정도가 커서 발주금액보다 추가공사비의 규모가 더 크다던가 혹은 발주처 내지는 감리단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아니하여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현장상황에 따라 변경된 설계의 범위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적인 경우, 시공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때부터 설계내역과 현장이 상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설계변경이 제대로 못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이를 충분히 예측하고서 수주하였다는 자책감(?)에 완공 후에 발주처에 대하여 추가공사비를 법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발주처가 관공서인 경우에는 관련법률에 근거하여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서 일반조건’에 설계변경과 관련하여 ‘지질, 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설계서가 다를 경우’에 설계변경을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고, 이에 따라 시공사는 발주처에 대하여 법적으로 설계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만일, 이와 같은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설계변경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추가공사가 이루어진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바, 이러한 경우 시공사가 발주처에 대하여 추가공사비를 법적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장이 설계와 상이함에 따라서 추가공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사전에 취해 놓아야 할 조치들이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상황이 상이하고 이에 따라 설계변경이 필요한 사실에 대하여 계약담당공무원과 공사감독관에게 사전에 통지하여야 하므로 이에 대한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통지는 가급적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 서면에 의한 통지는 통상적으로 공사계약 일반조건에도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반드시 서면에 의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발주처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반드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긴급하게 공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설계변경 전에 우선시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발주처에서 우선시공에 대한 지시 내지는 양해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도 충분히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발주처에서 설계변경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혹은 설계변경 전에 우선시공을 하도록 하였다는 점에 대한 추정은 대부분은 책임감리원의 ‘감리보고서’에 의하여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책임감리원은 ‘감리보고서’에 의하여 시공사의 공사현장에서의 진행상황을 매일같이 발주처에 보고하고 있고 만일 설계내역에 따라 시공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위반사항을 발주처에 보고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일 감리보고서를 자세히 파악해보면 발주처의 우선시공에 대한 사전 인지여부를 쉽게 밝힐 수 있고 법원에서도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필자의 주변에서도 수급업자가 현장상황이 상이함에도 설계변경에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추가공사비를 법원에 청구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법원에서도 수급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설계변경이 저가 수주로 인한 공사비의 만회창구로 활용되어 오던 관행적 기능에서 본래의 기능인 수급인의 정당한 공사비의 조정창구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 것을 보는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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