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의 반촌 주해본 발간한 윤양균씨
삼국지 좋아하던 사학도 6순에 꿈 이뤄
10여 년동안 ‘愚公移山’ 심정으로 번역
고희에 도덕경 독특하게 번역한 사람도

은퇴 이후의 삶을 허송세월하지 않고 보람차게 사는 노년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무역업을 해온 윤양균 씨(64)는 최근 나관중의 ‘삼국연의(三國演義)’를 우리말로 번역한 반촌(泮村) 주해본 10권을 발간했다.

명륜동 2가 같은 집에서 평생 살고 있는 윤 씨는 예부터 성균관을 중심으로 한 마을을 이르던 말인 반촌을 아호로 삼았다.

윤 씨는 중학생 시절 정음사의 삼국지를 밤새워 읽으며 동양고전에 흥미를 느꼈다. 사업을 하면서도 성균관 유교 교육원 역경(易經)과정을 수료했다. 우리나라는 삼국연의보다 삼국지에 익숙하여 두 가지를 서로 구분하지 않고 있으나 삼국지는 후한 말기 백여 년간 천하 통일의 패권을 잡기 위해 다투던 위(魏), 촉(蜀), 오(吳) 삼국의 역사서를 말한다.

연의(演義)는 통속역사소설의 명칭이다. 따라서 삼국연의는 역사가의 기록과 민간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꾼들의 창작력과 문인들에 의한 가공과 재창작의 형식을 통해 1500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반촌 주해본은 17세기 모종강(毛宗崗)의 모본(毛本) 삼국연의를 기반으로 나관중의 가정본(嘉靖本) 삼국지통속연의에서 빠진 부분을 보완했다. 임금의 명령을 백성에게 알리는 조서(詔書), 상소문, 제문, 축문, 격문(檄文) 등 읽을 만한 좋은 글은 원문을 그대로 기재하고 번역했다. 삼국연의와 관련된 고사, 직관명칭, 천문, 병기(兵器), 점복(占卜)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윤양균 씨가 ‘삼국연의 반촌 주해본’ 발간 경위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2400여 개의 주해와 성어(成語) 260여 개뿐 아니라 절구시, 율시, 사(詞), 가요 등의 원문 200여 수를 주해란에 수록했다. 반촌 주해본 제1권 머리글에는 명조(明朝) 중기의 양신(楊愼)이 지은 ‘임강선(臨江仙)’이란 아래와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장강(長江)은 도도히 굽이치며 동으로 흐르고, 부서지는 물보라 속 영웅 자취 아련하다. 머리 돌려 생각해보니 시비, 성패가 한갓 허사로고, 청산은 의구한데 석양은 붉게 타오르기 몇 번이던가.

강가 모래톱에 백발의 어부와 나무꾼 언제나 가을 달과 봄바람을 즐기는데, 한 병 탁주로 즐거이 만나서, 고금의 많은 이야기를 담소 중에 모두 날려 보낸다.” 윤 씨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을 좌우명으로 삼아 10년에 걸쳐 주해본 120회 본을 완성하게 됐다.”라며 “이 책이 인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흥취를 고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설희순 씨는 최근 중국의 고대철학자 노자(老子)의 도덕경을 독특한 방식으로 번역한 ‘도덕경, 노자 웃으시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도덕경을 10년째 연구하고 있는 역자가 주관을 배제하고 오로지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에서 한자 특유의 속뜻을 찾아내 번역했다는 점이 다른 번역서와 다른 점이다. 한한대사전은 단국대 동양학연구소가 편찬에 착수한 지 30년 만인 2008년 완간됐다.

모두 16권 2만 1,549쪽에 45만 개의 단어와 5만 5000여 자의 한자를 수록하고 있어 중국의 ‘강희자전(康熙字典)’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대사전이다. 설 씨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전무를 끝으로 1997년 은퇴했다. 이 번역서는 서두에 ‘도덕경 해석 비교표’를 실어 다른 번역서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역자가 간추린 동자이의(同字異義)소사전과 동자이음이의(同字異音異義) 코너를 두어 한자의 복층과 다층의 숨은 뜻을 찾아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역자는 최근 노자의 고향인 중국 허난(河南)성 루이(鹿邑)현을 찾아 관련 자료를 수집, 번역서에 반영했다. 노을 짙어가는 제2의 인생은 스스로 각본을 써서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평생을 바쳤던 분야보다 한층 보람찰 수 있다.
 /설희관<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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