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삽 아부다비의 거대 실험 순조
기존 기술 활용… 태양에너지는 공급초과
한국도 ‘녹색도시 아이콘’ 적극 도전해야

인류 최초로 배출가스 제로라는 목표를 내세운 무공해신도시 개발이 석유자원 부국 아부다비에서 착공됐다. 2008년 착공 당시 지구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향후 40년간 확인된 매장 자원만으로도 먹고 살기가 넉넉한 아부다비가 왜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는가에 대한 관심이었다. 두 번째 관심은 무공해 도시가 내세운 3가지 목표에 대한 의심이었다. 배출가스, 폐기물, 에너지 제로가 가능한가에 대한 기술적인 의심이었다.

아부다비는 저렴한 에너지공급으로 인해 유사 규모 도시보다 사용 에너지가 11배나 많다. 무공해 신도시개발 투자비는 같은 규모의 신도시개발보다 10배 이상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들은 무공해 신도시는 사막의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비아냥됐다.

필자 역시 3년전 현장방문 당시 사막의 신기루를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보이는 건 건설현장 임시 사무소와 타워크레인 몇 대가 다였다. 당연히 의심이 들었다. 3년이 지난 방문에서 일부 시설이 완공되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국가의 신성장동력 창출 전략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마스다르’ 건설은 아부다비정부가 수립한 2030년 국토개발계획의 일부다. 당초 2016년 준공 계획이 2021년으로 수정되었지만 도시마스터플랜은 바뀌지 않았다. 동시 개발이 단계별로 바뀌었을 뿐이다. 계획 수정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가 6000억달러가 넘는다. 보유액의 5%미만으로도 충분히 완공할 수 있지만 개발 속도를 늦췄다. 당국은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필자 판단에는 다분히 상업화 전략이 깔려져 있어 보였다. 마스다르는 세계 녹색도시 건설에서 신 아이콘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세계 녹색도시 건설시장에서 선두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무공해도시 건설 가능성을 의심했던 이유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기존 상용화된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단계로 준공된 재생에너지대학원과 재생에너지연구센터에 동원된 기술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것과 달리 신기술보다 재래 기술이었다. 무공해 전기차량(PRT)과 같은 첨단신기술도 보였지만 에너지 저감을 위한 바람길 설계와 건물 구조에 의한 더운 공기 순환 설계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 기존 기술을 이용하는 아이디어였다.

완공된 시설물에 필요한 전기 공급은 100% 태양관련 에너지다. 1차로 준공된 태양에너지는 수요보다 공급이 40%가 많다.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기보다 기존 전력망에 연결시켜 소비하고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를 따로 설치하지 않는 이유가 저장시설 자체가 또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 녹색도시 목표가 거시적인데 비해 마스다르는 분야별 목표 값이 따로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계량 값이 하나임에 비해 부문별로 모든 목표가 계량적이다. 일부에서 마스다르가 계량하는 방법은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제기준이 없기 때문에 마스다르가 만들면 바로 국제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게 아부다비정부의 주장이다. ‘최초가 상품’이 된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건설과정에도 무공해도시 건설 전략이 돋보인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자재가 재생품이라는 특징도 있다. 철근과 철골 등은 터키산 철강제품을 사용한다. 터기 철강제품은 구 소련제 탱크를 녹인 철물을 사용하는 재생품으로 철강제품 원자재인 코크스를 가공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를 그 만큼 저감한다는 계산이다.

또 자재 조달거리를 최소화시킴으로써 물류에너지를 최소화시키는 것도 에너지 저감대책 중의 하나로 눈길을 끌었다.

마스다르의 상품화는 이미 시작됐다. 개설된 재생에너지전문대학원은 걸프협력회의(GCC) 주변 국가들로부터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연구센터 개소를 통해 각국의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새로운 시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스다르 신도시 개발프로그램 자체가 녹색도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재생에너지연구센터 개소식에 독일 총리 메르켈이 방문해 독일기업 지멘스와 기술협력조약을 맺음으로 세계 재생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브랜드파워도 갖췄다.

녹색도시 건설에 필요한 각종 계량 기준을 개발하는 것도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가 비슷한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을 대표하겠다는 전략이 엿 보인다. 누구도 가지 않은 최초의 길을 만들어냄으로써 ‘최초=상품’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파리 에펠탑이 33m 높은 도쿄타워보다 지구촌 관광상품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인류 최초의 높이였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되새겨 볼 때다. 한국도 인류 최초의 녹색도시 아이콘을 만들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첨단신기술이라는 굴레가 아닌 기존 기술을 활용하는 역발상적 접근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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