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조정 위한 기구설립 의무화는 진전
공정위 등 기존 조정기구들 산재해 문제
‘공정거래조정원’으로 통합관리가 효율적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이 작년 3. 29. 개정되어 6. 30.자로 시행이 된 이후로 벌써 6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개정 하도급법의 내용 중에서 ‘건설’ 하도급업자들에게 가장 관심이 되고 있는 사항들은 , 우선 하도급법의 적용받을 수 있는 범위가 전형적인 공사의 위탁 뿐만 아니라 제조, 수리, 용역으로까지 대폭 확대되었다는 것이고,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하도급대금과 관련해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부당감액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감액을 하는 경우에도 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감액사유, 기준 등이 명시된 서면을 사전에 교부하도록 의무화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입증책임까지 원사업자에게 전환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체에서 중대 고민거리로 인식되어 온 기술유출과 관련해서도 하도급업자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하여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에도 서면교부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탈취, 유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발생한 손해의 3배 범위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하도급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협의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약자로서 개별기업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단가조정의 신청부담을 경감시켜 준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하도급법의 개정취지가 실제 현장에서 원만히 뿌리를 내리도록 하기 위하여, 개정 하도급법 제24조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미 설치되어 있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및 일정한 ‘사업자단체’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하도급관계에서 하도급업자는 전형적인 ‘을’의 지위를 가지는 자로서, 아무리 법에 의하여 불공정행위를 넓히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들을 법적으로 강제해 놓는다고 하더라도 이의 부당성을 법에 호소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도급업자들이 도급업체들과의 관계에서 받게 되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서 하도급업자로서는 향후 사업상의 불이익 내지는 거래관계의 단절까지 각오하지 않고서는 쉽게 내밀 수 없는 카드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분쟁을 협의를 통한 조정과정에서 시정을 할 수 있는 분쟁기구의 설립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법원에서도 소제기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경우 소제기 전에 ‘민사조정신청’ 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실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에서 조정이 되어 합의가 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대상에서 면제가 되는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로 인하여 받을 수 있는 제재조치를 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둠으로써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한 ‘임의조정’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럼에도 하도급법의 개정에 따라서 필자가 처음으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는 동안 아직까지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의한 조정신청제도는 개정법의 취지에 따라서 본 궤도에 올라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아마도 그 이유는 아직까지 제도의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 동안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각 사업자단체 별로 독자적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도 분쟁조정협의회가 별도로 설치되어 유지되고 있는 관계로 이번 하도급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하도급의 분쟁을 담당할 기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고 하더라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추가적으로 분쟁조정기구가 또 하나 설립되었다는 의미로 밖에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도급 관계에서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정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분쟁조정관계에서도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산재해 있던 분쟁조정협의회를 한 곳으로 통합하여 ‘전문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정 하도급법의 취지도 이러한 점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오로지 분쟁조정만을 목적으로 법률에 의하여 별도로 설립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있는 만큼  이를 보다 활성화 하여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된다.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불공정 하도급관행의 시정을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강력한 법집행을 하는 것은 개정 하도급의 제도적 안착을 위한 ‘경착륙’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하도급분쟁협의회를 통한 조정업무의 활성화는 ‘연착륙’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떠한 착륙을 시도할 것인지는 정책당국의 몫이지만 ‘연착륙’은 부작용이 없는 제도의 안착으로서 쌍방에게 상처가 가장 적은 방법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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