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나우나, 그는 모창 가수다. 그것도 나훈아가 하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따라하는 나훈아 모창가수다.
비록 짝퉁이지만 나훈아처럼 입 꼬리를 올리고 씩- 웃는 우나를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우나는 그런 남자다. 자기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 그러나 우나의 인생은 그가 짓는 미소만큼 행복하지 못하다.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이유로 설움과 조롱을 당해야 하며, 삶은 계란 몇 개로 끼니를 때워야 할만큼 그의 삶은 곤궁하다.

 
그러나 우나는 웃어야 한다. 그것도 나훈아처럼 입술을 깨물고 씩-
조명이 꺼진 나이트클럽은 암흑이다. 그 칠흑을 가른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 원색의 양복을 입은 사회자를 비췄다.

“예! 오늘도 저희 업소를 찾아주신 불륜, 간통 커플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잠시 후 2부 스테이지엔 밤의 대통령, 밤의 대학교수! 노상서씨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니, 정력이 얼마나 좋으면 이름이 노상서야.”

사회자의 멘트에 필요 이상으로 소리 높여 웃는 중년의 아줌마. 사회자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하여튼 우리나라 아줌마, 정력 얘기 나오면 좋아 죽지! 그런데 꼭 그런 아줌마들이 한번 달라면 안 준다. 아줌마, 달랄 때 줘. 어디 있는지 뻔히 알고 달라는데 그걸 안 줘? 그리고 조금 더 나이 먹으면 달라는 사람도 없어.”

사회자가 뽑아 낸 걸쭉한 입담이 나이트클럽의 분위기를 한 층 돋았다.
“그리고 오늘 우리 업소에 훈아형이 왔습니다. 훈아형 아시죠? 나훈아. 훈아 형이 논지가 오래 돼서 오까네가 딸린다기에 내가 땡겨 왔어.”

그저 불륜 커플이 드나드는 삼류 나이트클럽인 줄 알았는데 나훈아라니! 사람들이 술렁인다.
나훈아는 그런 존재다. 세 글자 이름만으로도 취한 사람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존재.

“여러분! 트로트의 살아있는 전설! 트로트의 황태자! 나우나씨를 소개합니다!”
쏟아지는 열렬한 환성! 그 환호와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꺼졌다. 그리고 다시 조명이 켜 졌을 때 그 자리엔 사회자 대신 우나가 서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어설프다.
우나는 나훈아처럼 입 꼬리를 올리고 씩- 미소 짓고 있지만, 거기에 넘어갈 불륜들이 아니다.
나훈아란 말에 잔뜩 기대를 했던 어느 50대 남자가 우나의 얼굴에 맥주를 뿌렸다.

“여러분, 특히 술 뿌린 저기 저 아저씨! 가짜라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세상에 진짜가 어딨어요? 알고 보면 다 가짜지. 그리고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으세요. 돌잔치 때는 몰라도 환갑잔치 땐 이런 사람 써요. 노인네들은 눈이 침침해서 진짠지 가짠지 몰라요. 돈? 진짜의 백 분의 일이면 돼요. 나우나 이런 애는 밥만 줘도 와”

까르르 폭소가 터졌다. 이럴 땐 기분이 더럽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불륜들에게 받는 조롱. 늘 있는 일이다. 사회자는 이것을 유도하기 위해 우나를 소개할 때 진짜 나훈아인양 펌프질을 해댔던 것이다.
우나는 가슴 어디쯤이 휑했지만 웃었다. 마치 나훈아처럼, 입술 깨물고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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