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유미, 그녀 또한 우나 못지않은 힘든 삶을 살아 왔다.

그리고 그녀는 에로배우다. 포르노가 넘치는 이때에 에로배우라는 직업이 좀 생뚱맞긴 하기만 유미는 에로배우다. 비디오 가게에서 에로물이 사라졌다고 그것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니, 그것은 우리들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야 맞다. <털 밑 썸씽>, <귀신이 싼다>, <공동 경비 구멍> 등등의 제목으로 무장한 에로비디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유료 채널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으니까.

에로 비디오, 그것은 마치 빵과 같은 거다.
대개가 빵이라 하면 제과점에서 파는 풍미 짙은 빵을 선호하지만 세상엔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못 잊어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추억의 맛이라고나 할까? 붕어빵도 유미가 찍고 있는 에로 비디오도.

 
여관방.
벌써 일곱 시간 째다. 침대에서 얽혀 헐떡거리고 있는 두 남녀. 그리고 그것을 빙 둘러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여자는 리드하듯 남자를 다루었고 여자의 몸짓에 따라 남자는 짜내듯 교성을 질렀다.
“카 앗!”

남녀의 정사에 찬물을 끼얹진 것은 박감독의 싸인이었다.
그 싸인에 두 남녀를 적나라하게 비추던 조명이 탁하고 꺼졌다.

“아~ 씨바! 몸 전체로 하란 말이야! 푸샵하는 게 아니잖아! 리얼리티 몰라?! 테이프 몇 개 없다! 확실히 한 번에 좀 가자 응!”

사실 박감독의 테잎 타령은 남자 배우의 일당을 깎기 위한 거짓말이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 되어 테잎 대신 메모리에 녹화가 되는데, 그것을 아르바이트 삼아 날일을 뛰는 남자배우들이 알 리 없었다.

이것은 박감독의 레퍼토리다. 박감독은 테잎을 운운하며 남자배우를 압박하는 한편 촬영을 마친 후 일당을 계산할 때 테잎이 많이 들어갔다며 남자 배우의 일당을 깎는 수법인 것이다.

박감독의 애를 태우게 만드는 것은 있지도 않은 테잎이 아니라 유미의 몸값이다. 아무리 유미가 박감독의 전속 배우라지만 그녀의 몸값은 한 시간 단위로 꼬박꼬박 쌓이기 때문이다.

“자! 카메라! 조명! 레디~ 고!”박감독의 싸인에 맞춰 다시 정사를 벌이는 남녀. 그 정사를 깬 것은 악! 하는 유미의 비명이었다.

“뭐야?! 또 뭔데?!”
박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배우의 뺨을 올려 부친 유미는 침대시트로 알몸을 가린 채 촬영장을 나갔다.

유미가 침대 시트를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알몸이 그대로 드러난 남자배우. 그런데 남자 배우의 낭심엔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에로비디오를 촬영현장에서 남녀 배우가 자신의 성기를 반창고로 가리는 것을 공사라고 하는데 남자배우가 그걸 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얼리티… 라고 하셔서..”
“너 여기 떡치러왔니?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촬영이 지체된 시간만큼 유미에게 돈을 얹어 줄 생각을 하니 박감독은 몸이 달았다.
“너희들은 뭐하고 있어! 빨리 유미 찾아서 데려오지 않고!”

비상계단에 난 조그만 창문을 통해 밖을 서울의 밤거리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유미의 얼굴에도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분해서가 아니다.
저 남자는 내가 에이즈 환자라고 꿈에라도 생각해 봤을까?

유미는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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