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 대응방식 ‘예방’으로 전환
중기·단체와 핫라인 구축 제보접수 역점
뿌리깊은 관행 깨려면 중기 적극 참여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대응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불공정행위를 사후에 적발하여 시정조치하거나 자진 시정토록 하는 방식에서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1984년 하도급법 제정 이후 법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으로 제재했다.

그리고 1999년부터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거래실태를 파악하고, 원사업자에게 위법행위를 자진 시정토록 하는 방식을 가미했다. 그러나 불공정 관행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대·중소기업 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정위는 2011년 하반기부터 일부 업종에서 사전예방 중심의 법집행을 시도해 왔다.

이처럼 공정위가 법집행 방식을 전환하게 된 까닭이 있다. 그것은 첫째, 사후적인 적발·제재나 자진시정을 위해서는 많은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부당 단가인하의 경우 한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도 수천이나 수 만 건의 거래 중에서 단가인하 사례를 먼저 골라내고, 이 가운데 부당하게 인하된 것을 위법행위로 적발해야 하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둘째, 일부 법위반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하더라도 대다수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극히 일부의 위법행위를 시정해도 관련 기업에게만 제한된 효과가 있을 뿐이고 이것이 관련 산업이나 업종 전반의 불공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셋째, 다수의 불공정거래 피해자가 적극 협조한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 정보를 활용하여 다른 중소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소위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통해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사전예방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불공정 하도급대책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서면 미교부 행위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다. 하도급 거래에서 계약서가 없으면 수급사업자는 불이익을 당해도 권리주장이 어려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므로 서면 발급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의 시발점이고, 이를 위해 ‘서면 발급·보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작년 12월부터 시행했다. 또한 서면실태조사에서 서면 미발급 혐의가 포착된 439개 원사업자에게 금년 3월부터 최초로 자진 시정토록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거나 상습적으로 서면 발급을 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거나 CEO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시정해 나갈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이나 이들 단체와 ‘핫라인’을 가동하여 불공정행위나 애로사항 등을 상시적으로 파악하여 대응하고, 위반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에 즉시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핫라인은 중소기업과 공정위 전담직원과의 상시적인 연락체계를 구축하거나 소규모 간담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당한 단가 인하나 대금 감액,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신청과 협의 상황, 기술자료 요구 및 제공 등에 관한 동향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전문건설협회를 포함한 10여개 단체와도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인터넷(http://hado.ftc.go.kr)을 통해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제보를 접수하고 있다. 이것은 핫라인 대상이 아닌 업종에서도 신분 노출의 부담을 줄이면서 애로사항이나 동향 등을 신속히 파악하려는 것이다.

핫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중소기업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여 업계의 위법혐의나 문제점 등이 공정위에 직접 전달될 것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과정에서 불리했던 지위가 대폭 보강될 것이고, 대기업은 스스로 법위반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공정 하도급 문제는 뿌리 깊은 관행이고 최근에는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정위의 사후적인 시정조치나 대기업의 자진시정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면서 중소기업의 참여를 중시하는 새로운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의 협조로 불공정 하도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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