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밤업소의 출연료는 월급제가 아니라 출연자의 출연 일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그래서 밤업소 출연자들은 하루하루 업소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일수를 찍는다고 표현 하는데, 우나의 잃어버린 다이어리엔 그 일수 확인 도장이 찍혀 있던 것이다.

지배인은 자신이 출연 도장을 찍어 준 다이어리를 찾아오긴 전까진 출연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억지였다. 출연자가 출연 일수를 조작할 것에 대비해 업소 측에서도 출연 일수 장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나는 업소에서 관리하는 출연자 장부를 들어 나우나라고 적힌 네임 스티커를 집어 그곳을 폈다.
“형, 여기 다 있잖아. 내가 출연할 때마다 여기에다 형이 도장 찍어 준 거잖아.”

“아따, 어떤 썩을 잡것이 일수 노트에 라면 국물을 쏟아 놨어! 그럼 나보고 사장한티 요걸 보여 주면서 결재 맡으란 소리냐 시방?”

우나는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업소에서 관리하는 일수 장부에 라면 국물을 쏟은 사람이 우나 자신이었다.
“니 수첩 있잖어. 나가 니 다이어리에 따박따박 도장 찍어 준 그 거. 그 거 가져 오랑게!”

“잃어 버렸으니까, 그런 거 아냐. 형, 내 사정 좀 봐줘 응.”
“잃어버려? 어디서?”

“그걸 모르니까 이러는 거 아냐.”
“몰러? 그럼 나도 몰러”

 
애가 타는 우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배인이 다시 화투를 내려치고 뒷패를 뒤집는데 광이 붙었다.
“으미 이래서 아시아에선 광이 최고랑게. 광 삼 점 딱 나버렸고마이.”

우나는 좋아 죽는 지배인의 얼굴을 보며 욱하는 것이 치밀었다.
“형,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이 이러면 안 되지! 내가 한 달 쌔빠지게 찍은 거 그거 얼마나 된다고 그걸 닦으려고 그래?”

그 소리에 화투 패를 섞던 지배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배인의 표정에 움찔 놀라는 우나.
“아따, 비 세장 흔들었는디! 니가 자꾸 옆에서 꽈리를 불어 싼 게로 내가 잊어 먹었잖냐!”

우나는 배알이 꼴려 왔다. 남의 돈 몇 십 만원엔 눈 하나 깜짝 안 하면서 화투판에서 못 받을 몇 천 원에 눈을 부라리는 꼴이라니.
“봤지? 흔든 거 잃어 버렸응게로 야들이 흔든 값 안 주지? 너도 마찬가지여. 그 수첩 잃어 버렸으면 너도 돈 받을 생각은 하덜 덜더러덜 말아라 이!

우나는 가슴 한 구석이 꾹- 하고 막혀 오는 기분이었다.
그때 무대에서 사회자의 멘트가 들려왔다.

“이어지는 스테이지! 방금 동남아 5개국 순회 공연을 찍고 돌아 온, 우리에 오빠! 미치도록 오빠! 나훈아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 멘트가 들리면 우나는 웃어야 한다. 그것도 온전한 자신의 미소가 아니다. 입술을 깨물고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최대한 나훈아처럼 씩- 웃어야 한다.

유미는 한적한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나의 다이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유미.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박 감독. 유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자칭 우리나라의 3대 에로 거장인 박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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