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싸고 끝없는 논란
도공 고속도로는 적자 감수해 싸게 운영
민자는 수익중시…수요자 부담원칙 합당

국내 유료도로 통행료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민자고속도로에 대한 통행료 시비가 거의 끊임없는 주요 이슈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같은 거리에 비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곳보다 민자구간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둘째, 고속도로의 생명인 고속이 아닌 저속 구간에서 비싼 고속도로 요금을 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민자고속도로 구간이 공공이 운영하는 고속도로에 비해 과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 정도로 높은 가격인지 여부다.

시비의 첫 번째는, 통행세와 통행료 차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통행세(稅)와 통행료(料) 차이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국가재정 투입이냐 혹은 수요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느냐의 차이다.

공공도로든 민간도로든 유료도로는 기본적으로 사용자 부담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이다. 통행세는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세금에 의해 불특정다수를 위해 복지차원에서 국가가 지불하는 보편적 복지다.

두 번째는, 민자고속도로 요금체계가 공공도로에 비해 비싼지 여부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통행료에 대한 2010년 자료를 분석해 봤다. 도공의 2010년 현재 총 부채액은 약 23조원이다. 도공의 연간 예산은 건설비 등 사업성 경비를 제외하고서 약 5조2000억원 정도다.

도공이 통행료와 휴게소 임대비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약 3조2000억원, 정부 출연금이 약 1조1000억원이다. 지출액 5조2000억원에 수입액 4조3000억원이니 연간 9000억원 정도가 적자다. 국고 지원을 중단할 경우 연간 약 2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된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민간기업이라면 적자를 줄이려 통행료를 인상해야 하는 게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간 2조원 이상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행 고속도로 통행료로는 도공이 국가재정 지원을 늘리지 않고서 2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할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도공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요금체계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이 낮다는 결론이다.

세 번째는, 민자도로는 국가재정부족에서 파생된 상품에 불과하다. 독과점 형태로 운영하는 고속국도가 정상적인 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한 민간자본 활용 방식을 무시한 채 공공요금과 같은 수준을 강요하는 것은 민자도로를 건설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간자본은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더 중시한다. 은행금리보다 낮은 수익성에 위험부담까지 일방적으로 넘겨받는 사업에 민간자본 유치 기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통행료를 통행세로 오해하게 만드는 장본인은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 반값에 매몰된 일부 시민단체다. 정부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 억제정책 때문이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현재의 이용자들은 반가워하지만 연간 최소 2조원 이상씩 쌓이는 부채는 결과적으로 현재 투표권이 없는 10대 이하 세대들의 부담이 된다. 국토면적당 도로 길이가 OECD 평균보다 못한 국내 도로 재고로는 물동량 80% 이상을 소화시키는 현실에서 국제 물류비용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도로 보급률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현실은 통행료를 통행세로 착각하게 내버려둬 늘어나는 정체비용은 물론 물류비용 증가를 막을 수 없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도로공사에 쌓여가고 있는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동시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비가 늘어나는 현실과 국가재정 여력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태로 상위 1%에게 세금을 2배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처한 육상교통 상황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보다는 민간재정을 활용하는 방식의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신흥국의 건설시장은 물론 선진국의 교통인프라에도 민간자본 활용이 더 확대되어 가는 추세다.

민간자본 활용은 도로교통체계를 보편적 복지가 아닌 수요자 부담원칙으로 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굳이 외면하기보다 정면 대응하는 자세가 현시점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상태로는 국가재정 여력 소진을 대체할 아무런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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