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은 공사대금 회수 위한 최후 수단
대법 판례로는 지붕 완료돼야 행사 가능
건물 경제적 가치 지니면 유치권 허용을

건설경기의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곳곳에 뼈대만 흉물처럼 남아 있는 건물들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그리고 멈춰 버린 건설현장에는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현수막만 가득하고 주변으로 철조망까지 쳐져 있어 건설경기의 불황이 심각함을 느끼게 한다.

건물의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공사수급인이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고 또 그 건물에 관하여 생긴 공사대금채권이 있다면 수급인은 그 공사대금을 변제받을때 까지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

중단된 건설현장에서 공사수급업체가 행사하고 있는 유치권은 공사 중인 건축물에 관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리로서 구조물공사 수급 전문건설업자들에게는 공사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는 법적 수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완공되지 않은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그 요건이 엄격하다. 대법원에서는 일관되게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건물은 사회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하며, 사회통념상 ‘독립된 건물’이 아닌 경우 건물은 토지의 부속물에 불과하여 이러한 건물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5. 30. 선고 2007마98 결정).

그러면 유치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독립된 건물’의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신축중인 건물이 최소한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독립된 건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따라서 판례의 견해에 의하면, 건축공사 중에서 ‘구조물’ 공사만을 하도급 받아서 시행하는 전문건설업자가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외관상 지붕공사까지 마무리되어 건물로서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됨을 의미한다.

즉, 구조물공사 하도급업자가 기둥과 주벽에 대한 철근 콘크리트 작업만을 끝낸 상태에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고 ‘지붕’작업까지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층이 있는 건물의 경우 1개층 만으로도 구분소유가 가능한 경우 1개층 부분에 대한 지붕작업만 마무리되어도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견해이기는 하다.

그러나, 판례의 견해와 같이 신축중인 건물이 ‘기둥’과 ‘주벽’외에 반드시 ‘지붕’까지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의문이다. 말 그대로 유치권은 건물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변제받기 위하여 당해 신축중인 건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독립된 건물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보다는 ‘점유가 가능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건물’이 되었는가 하는 관점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층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공연장을 신축한다고 할 때 구조물공사에서 기둥과 주벽은 전부 작업을 완료하였으나 지붕작업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도급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경우, 판례의 견해에 따라서 당해 시공중인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려면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추가적으로 지붕작업까지 완료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합리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민법 제320조에서 유치권은 그 대상을 ‘물건’과 ‘유가증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물건’은 동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서 해석하고 있고 독립된 건물이어야 한다는 제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 굳이 신축중인 건물에 대해서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 독립된 건물이어야 한다고 한정하여 해석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민법 제322조 제1항에 의하면 유치권자에게는 경매신청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경매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건물로서의 독립된 형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구조물 공사만 완료된 건물은 법률적으로도 완전한 소유권등기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이라면 굳이 지붕작업까지 완료된 시점의 건물만이 독립된 건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가 중단된 건물의 경우 구조물 그 자체가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제3자가 이를 인수하여 공사를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유치권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가득이나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업자의 유치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불공정 계약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신축중인 건물에 대해서마저 유치권 행사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어떻게든 물려있는 공사대금­ 회수를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는 구조물공사 하도급업자의 마지막 ‘칼’마저 무디게 하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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