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형제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듣기 민망한 말들이 오가는 것이 TV에서나 보는 막장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싸움은 지난 2월 말 이건희 회장의 맏형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맹희 씨는 자신의 부친인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전 회장의 차명재산이 2008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명의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지요.

맹희 씨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숙희 씨도 1900억원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맹희 씨는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해 후계자 자리를 이건희 회장에게 넘겨주었으며, 그 후에도 그룹 경영에는 완전히 배제돼 ‘낭인’처럼 살아왔답니다.

LG그룹으로 시집간 숙희 씨는 두 그룹 간에 사업영역 등에서 다툼이 벌어졌을 때 친정보다는 시집 편을 든 적이 많아 아버지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소송 제기 후 며칠 만에 터진 삼성그룹 임직원의 CJ그룹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도 이 소송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이재현 회장이 맹희 씨의 아들이라는 점이 근거입니다. 이재현 회장이 현 정부 실세에게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역시 삼성그룹에서 ‘공작’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물론 삼성 측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긴 했습니다만. 그 와중에 이건희 회장이 하와이로 출장을 갔습니다. 언론들은 이 회장이 거기서 큰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소송문제에 대한 협조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겠느냐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가족 간에 합종연횡(合從聯衡)을 도모한 것이지요.

이 정도면 정말 잘 엮어진 ‘막장드라마’인데, 지금까지 전개된 스토리 중 하이라이트는 23일 있었던 맹희 씨의 말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24일자 발언일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맹희 씨는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 왔다.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이 회장은 ‘그 양반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하고,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고발했던 양반이다.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고 말했답니다.

이 회장은 숙희 씨에 대해서도 ‘금성(LG그룹)으로 시집가더니 같은 전자 동업을 한다고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에 와서 떼를 쓰고 이런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쏟아내었답니다.

이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도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숙희는 내 딸이 이럴 수가 있느냐, 니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셨다’고 했답니다.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난 구경거리’란 옛말처럼 삼성 형제들의 싸움이 흥미진진한 건 사실이지만 씁쓸하면서 걱정도 됩니다. 돈이라면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남세스럽게 돈 싸움을 벌이는 건 꼴사납고,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 총수가 ‘맏형님’을 ‘그 양반’이라거나 ‘그 사람’이라고 ‘상놈’처럼 막 해대도 되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힘은 이건희 회장 쪽으로 기울 것 같은데, 이 회장이 맹희 씨의 말에 일일이 반박하지 않고, 그냥 법원에 옳고 그름을 맡겼더라면 국민들로부터 최소한 ‘있는 것들이 더 하네’라는 비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할 판에 이처럼 막가는 모습을 보여 주니 구경꾼으로서 충고 한 마디 해 보았습니다. /정숭호 코스카저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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